비내리는 밤, 우리는 '내일'을 걱정한다.

생각하기 2010.12.03 15:03

어제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모임의 송년회가 있었다. 30대후반에서 50대까지의 다양한 직종 종사자들이 함께 하는 모임이었고, 스스로들은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그런 그룹이었다.

저녁 자리에서 송년 덕담과 내년부터는 각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기 위한 담대한 '5개년 학습 계획'이 집행부(?)에 의해 발표되었다. 대학원 과정에나 걸맞는 집중적이고 종합적인 커리큘럼에 모두 겁을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살길은 학습이라는 생각에, 공부하기로 다짐하고, 나름 뿌듯함도 가진채 2차로 향하였다.

2차는 천창이 있는 주점을 찾았다. 인원이 열명이 넘다 보니 자연스레 두 그룹으로 나뉘어 대화가 이어졌는데, 모두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는 주제였지만, 그 성격은 사뭇 달랐다. 내가 속해있던 그룹의 주제는 '건강하게 늙어가기'였다. 사십대 중반을 넘어서 '오십'이라는 나이가 눈앞에 다가오니, 특히 선배들은 노년을 어떻게 잘 살아갈 건인지에 대해 얘기했다. 나이들면, 기억력도 총명함도 무뎌지고 그래서 한 얘기 또하고, 자기 고집에 겨워 살아가기 쉽다는 것들... 나이 들수록 말수를 줄이고 더 너그러워 지려 노력해야한다는 결심... 또 젊었을땐 되도록 멋지게 살고 싶어 '각'을 세우려 했으나, 나이들면 '격'을 지키려 노력해야한다는 등등 너무나 공감가는 얘기들이 오갔다.

직접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옆의 그룹에서 선후배들은 연평도 사건과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 목청을 높였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포를 날리는 북한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 우리 정부의 문제점, 정말 전쟁이 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진지한 분석들이 오가다 급기야는 서로 맘에 안맞는 쟁점을 두고 싸움 일보직전까지 가기도 하였다.

옆 그룹의 이야기를 스쳐 들으며, 나는 비록 내 개인의 이슈인 '잘 나이먹기(well-aging)'에 더욱 관심이 갔으나 전쟁이니 하는 시사적인 이슈들이 결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두가지 주제 모두 나름대로 무게 있는 것들이어서 인지, 추적추적 천창을 때리는 비 때문인지 술맛은 여느때보다 좋았다. 너무나 힘든 순간들이 많았던 2010년이 저무는 지금, 나의 앞에 놓인 문제는, '잘 나이먹기'와 '전쟁의 위험'이라니... 삶과 죽음과 번성과 파괴가 공존해있는 상황인듯 싶다. 여전히 오늘의 태양은 솟았고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며 퇴화하는 머리 속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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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메타서비스는 무얼 먹고 살것인가?

맛보기 2009.11.23 00:23
주말동안 꼬박이 앉아 숙제를 하다가 더이상은 머리가 움직이질 않아 오늘은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습관처럼 사이버공간 마실을 나섰는데 트위터에는 하루종일 아이폰 예약판매 이야기로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는다. 블로그코리아는 조용하고, 주인장의 포스트가 뜸해지면서부터 이 블로그 또한 조용하다.

요즘들어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들로 머리 속이 엉킨 실타래처럼 항상 버걱거리고 서걱거린다. 나이와 재주에 걸맞지 않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생각이 많아 늘 이런 저런 일들을 저지르는 편인데, 정리되는 것은 없는 듯하여 마음 한 편은 추를 달아놓은 것마냥 무겁기만 하다.

그나저나, 내년 한해 메타 블로그 서비스는 무얼 먹고 살아야 하나... 좀처럼 답이 보이지 않으나 피할 수 없는 질문. 벌써 몇달째 내 안에서 정리되지 못하고 서성이는 화두이다. 이제, 회사를 설립한지 3년차. 오마이뉴스로부터 인수해서 재오픈한 블로그코리아는 코리안클릭 선정 2009년 상반기 히트사이트로 선정될 정도의, 딱 그만큼의 성과는 거두었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성과가 있었다는 정도로는 희망을 갖기엔 너무 부족하다. 

최근 1, 2년 사이 포탈에서 블로그섹션을 강화하면서 메타 블로그는 조금 과장하자면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블로거를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는 메타 서비스의 매력은 '트래픽'이라는 점에서, 다음뷰에 다음, 티스토리 뿐아니라 네이버등 블로그 툴에 관계없이 블로그를 등록할 수 있게 되면서, 네이트가 블로그독 서비스를 시작해서 유사 메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블로그코리아, 올블로그 같은 메타 서비스들의 매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환경에서 어떻게 포탈의 트래픽을 따라갈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포탈 중심의 인터넷 환경을 개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메타 블로그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지, 환경과 운명을 탓한다고 좋을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서비스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기도 하고 그런 것들을 팍팍 진행할 만한 리소스가 부족함을 안타까워 하면서 발을 굴러 보는 일도 이제 힘이 든다. 메타 서비스, 앞으로 어떻게 발전을 시켜야 하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 아니, 그런 다소 방대해보이는 주제 말고, 당장 블로그코리아는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할까 말이다. 

완결되고 정리된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생각의 갈피를 잡아가고 있다. 
우선, 메타 블로그 서비스의 정체성과 의미에 대한 재정립이다. 처음부터 나는 블로그와 블로그의 느슨한 커뮤니티로의 메타 블로그가 전통 미디어 환경의 해체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미디어 (저널리즘 +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기능을 맡게될 것이라고 믿었고 아직도 그 믿음은 변함이 없다. 다만, 이제까지 '미디어'라는 단어의 규정 속에는 지나치게 전통 미디어 시대의 '미디어'의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었던 것 같다. 매스 미디어 시대처럼 강력하고 집중적인 미디어의 시대는 이미 끝이 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사실 알고 있었던 것을 재차 확인한 것은 김익현님의 글 '새롭게 번역한 Writing Space 역자서문'을 읽으면서였다)

강력하고 집중적인 '미디어' 구조에서는 트래픽이나 이슈의 쏠림과 몰림이 보다 중요하지만, 분산화되고 관계중심적인 소셜 미디어 구조에서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 메타 블로그에 쏟아지는 것은 개개인의 블로그에 담긴 컨텐츠이지만, 정작 메타 블로그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글을 작성한 '사람들'이라는 것. 우리는 컨텐츠를 소비하면서 동시에 사람과 관계를 소비하는 것이 아닐런지...

무엇이든 2010년에는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방향을 생각해봐야할 것같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보다는 재밌고 활기찬 한해가 되기를 조심스레..기원해본다. 갑자기 새해를 맞는 소감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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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inuit.co.kr BlogIcon inuit 2009.11.23 00:32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메타의 갈길에 대해 많이 궁금한 사람입니다.
    블코가 어떤 길을 찾아갈지 기대가 큽니다.

    언제 누님 한번 찾아뵈어야 하는데.. 연말이라 가뜩이나 무거운 몸이 더 묵직합니다. -_-;

    • Favicon of https://easysun.tistory.com BlogIcon easysun 2009.11.23 10:43 신고 수정/삭제

      항상 든든한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부담을 갖지는 마시구요... 그러나 올해 안에 뵙도록 하지요^^

  • Favicon of http://khn97.tistory.com/ BlogIcon 화니 2009.11.23 02:08 ADDR 수정/삭제 답글

    메타서비스의 경우... 아직까지는 한계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트위터를 포함한 소셜미디어 자체의 파이가 늘어날 때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라고 생각됩니다. 국내에서의 영향력이 늘어날수록 그 파이는 커지게 되겠죠. ^^

    잘 아시다시피 소셜미디어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블로그가 컨텐츠 생성의 정점에 서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소셜미디어의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정말 조금만 인내하시고 기다려보시면 분명 희망의 빛이 보일거라고 생각됩니다. ^^ 홧팅하세요.

    추. 트위터 땜시 무의식적으로 글자수를 생각하는 생각하게 됩니다. 트위터와 블로그는 상호보완 관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트위터 사용자수는 확대될거라 생각됩니다.^^)

    • Favicon of https://easysun.tistory.com BlogIcon easysun 2009.11.23 10:44 신고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블로깅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늘면 메타 서비스도 길이 보일까요? ^^ 아무래도 인구가 증가하면 모든 타운이 번화해지겠죠! ^^

  • Favicon of http://realfactory.net BlogIcon 이승환 2009.11.23 19:27 ADDR 수정/삭제 답글

    요즘 댓글이 없다길래...

  • 2009.11.30 06:48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easysun.tistory.com BlogIcon easysun 2009.11.30 10:34 신고 수정/삭제

      음.. 정말 많은 걸 생각케하는 말씀이시네요. 제가 고민하던 방향과도 일치하는 것 같구요.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덧붙여, 제가 멋쟁이신사님의 연재글을 무척 기다리며 읽는 독자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 Favicon of http://sammie.tistory.com BlogIcon 강경은(Sammie) 2009.11.30 14:17 ADDR 수정/삭제 답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것이 서울시 메타블로그에만 국한된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컨텐츠들을 모으는 것만이 아니라 수집된 컨텐츠들의 질을 꾸준히 관리하고, 컨텐츠 생산자들 사이에 일종의 관계 - 그것이 경쟁 관계든 상생 관계든 - 가 생겨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서울시 같은 경우에는 메타블로그에 모인 컨텐츠들이 오프라인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어떤 정보 활용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별 내용 없지만 :) 트랙백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