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WOM)을 '만드는' 수고

맛보기 2008.09.19 17:33

(에필로그: 기업들이 '입소문'을 위해 블로그라는 툴을 활용하는데, 지나치게 표면적인 조회수 등 양적인 수치에 연연해 입소문이 저절로 나게 하는 대신, 억지스런 방법을 통해 트래픽을 재생산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 이 글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8월 한달간 네이버 브랜드 블로그 가운데 트래픽이 높은 기업 블로그들의 일일 방문자수 및 댓글수 등을 분석해서, 트래픽이 자연발생적이라기 보다는 '만들어'졌다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 기업 블로그 구축/운영에 대해 혹은 블로그 마케팅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의제였는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지고 늘어져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읽다가 지치는 글이 됐다. 그래서 앞부분에 장황하게 쓴 글을 살짝 접어 두기로 했으니 시간이 좀 있으신 분은 펼쳐 읽으시고 바쁘지만 관심있으신 분은 뒷부분만 읽고, 이도 저도 아닌 분은 그냥 skip하면 될 것같다.)


블로그는 강력한 입소문의 도구

블로그툴은 특히나 '전파력'이라는 측면에서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다. 오프라인 상에서 지인을 상대로 전파되는 것과 달리 '검색'이나 '링크'를 통해 예상하지 못했던 다수의 잠재 고객층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검색을 통한 지속적인 유입은 물론이고 네이버나 다음 등 포탈 블로그에서 사용되는 '블로그 이웃'이나 설치형, 티스토리 블로그에 블로그 링크를 통해 많은 방문자가 유입되고 다른 블로그에 걸어둔 트랙백으로 어느날 갑자기 방문자가 증가하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기업이 블로그를 입소문의 툴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냄과 동시에 효과적인 전파 전략에 대해 고민을 해야한다.

그런데, 항상 겉에 보이는 효과만을 생각해서 '꼼수'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이 긴 글을, 며칠에 걸쳐 끙끙거리며 쓰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꼼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서였다. (이제부터 본론이 시작된다니..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아마 허탈감을 느꼈을 듯..)

우리나라 네티즌의 대다수가 모인다는 네이버에는 브랜드 블로그 섹션이 있다. 최근들어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이 지대한 관심을 갖는 영역이다. 네이버 브랜드 블로그가 왜 입소문을 전파하기에 부적절한 툴인지에 대해서는 네이버 브랜드 블로그 담당의 미움을 살 정도로 충분히 얘기 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 얘기는 넘어가기로 한다. 문제는 기업의 블로그 마케팅 담당과, 더더욱 문제는 일부 블로그마케팅 대행사들이다. 

입소문의 전파력은 '만들어 지는' 것이지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 브랜드 블로그에는 구축한지 1, 2주만에 일평균 방문자수 1천명을 훌쩍 넘어서는 "파워급" 기업 블로그들이 꽤 포진하고 있다. 솔직히 나도 기업들에게 블로그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하고 운영 대행도 하지만, 기업이든 개인이든 블로그를 만들어 1, 2주만에 훌쩍 1천명의 방문자를 모은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기에, 8월 한달동안 작정을 하고 방문자수가 꽤 되는 브랜드 블로그 4개 정도의 트래픽을 분석해 보았다. 

매일 방문자수를 기록하고 각 포스트들의 댓글수 등을 분석해 보았더니, 트래픽의 비밀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1. 기업의 BI와 관계없는 '검색 유입'만을 위한 컨텐츠 세례
    블로그 글은 상대적으로 소재나 형식면에서 자유롭다. 흔히 블로그 글의 특성을 '사람냄새 나는 스토리가 있는 컨텐츠'로 정의할때 너무나 다양한 형식의 글이 올라올 수 있다. 이런 자유로움 때문에 간혹 기업 블로그에는 그 전날 TV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 정리 부터 각종 건강상식, 여행지 정보 등등 기업, 혹은 기업 구성원들의 활동과는 전혀 관계 없는 컨텐츠로 하루에도 4-5건의 블로그 포스트가 올라오는 예를 종종 볼수 있다. (이전 글 '기업블로그에 맞는 컨텐츠는 무엇일까..' 참조)

    네이버 브랜드 블로그 가운데 평균 방문자 유입이 1천명을 넘어서는 기업 블로그는 대다수 '마구잡이식' 컨텐츠가 눈에 띄였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단순히 검색 유입으로 일일 방문자수를 높이기 위한 '꼼수'이다. 기업 블로그 담당이라면 과연, 그런 조회수치가 기업과 잠재 고객의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될지 차분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나의 개인적인 편견일지는 모르겠으나 티스토리나 설치형 블로그 툴을 이용하는 기업 블로그들은, 상대적으로 컨텐츠에서의 꼼수를 쓰는 예가 적었다. 아마도 블로그 운영의 목표를 정의하는 것부터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 시작부터 댓글 전문 이웃 블로그 확보
   네이버 브랜드 블로그에서 8월 한달동안 일평균 방문자수가 높은 블로그를 뽑아서 각 포스트별 댓글을 분석했는데, 예상하다시피 댓글은 대부분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이거나 "퍼가요" 수준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한달 동안 (이벤트 댓글을 제외하고) 일반 포스트에 달린 댓글의 수는 250-300개 정도인 반면, 댓글을 단 블로그는 수십명에 불과했다. 다시 말하면, 블로그마다 상시적으로 댓글을 다는 '댓글 전문 이웃 블로그'를 확보하고 있었다. 물론 개인 블로그에서도 유독 친한 이웃이 있어서 자주 방문해서 댓글을 달곤 하지만, 이 경우에는 트래픽 생산을 위해 만들어진 카피 블로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무차별적인 컨텐츠 스크랩
    무차별적인 컨텐츠 스크랩은 대다수의 블로거들이 네이버의 블로깅 문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불만일 것이다. 위에서 분석한 댓글전문 이웃 블로거들은 댓글과 함께 열심히 컨텐츠를 퍼나르고 있었다. 더더욱 눈길을 끌었던 것은, 내가 분석했던 4개 블로그에 모두 블로그 이웃으로 참여해 열심히 포스트들을 스크랩하는 블로그도 발견할 수 있었다. 과연 금융, 식품, 이동통신 등 각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포스트들을 퍼담는 '일반 블로그'가 있을까 솔직히 의심이 갔다. 

    항간에는 네이버에 기업 블로그를 만들고 블로그 포스트드를 퍼담는 '카피' 혹은 '클론' 블로그를 수십개 만들어 컨텐츠를 유통시키고 검색 유입을 통해서 블로그 트래픽을 높이는 것이 바이럴의 기술로 공공연히 통용된다는 얘기들도 있던데, 과연 그런가 싶었다. 

결론적으로 기업이 블로그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마케팅 툴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블로그를 기반으로 한 '입소문'은 컨텐츠의 품질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입소문을 좀 더 잘 퍼뜨리기 위한 기술적인 방법들은 고민해볼 수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입소문이라는 단어가 갖는 자발적이고, 열성적이고, 그래서 파괴력있는 그 속성을 다치게 해서는 안될것 같다.



설정

트랙백

댓글

  • Favicon of http://http://midorisweb.tistory.com/ BlogIcon 미도리 2008.09.19 23:10 ADDR 수정/삭제 답글

    네이버는 이미 입소문과 바이럴의 장으로 대행사들이 점령한듯보입니다만...저희 편견일까요 ㅠㅠ

    • Favicon of https://easysun.tistory.com BlogIcon easysun 2008.09.20 00:11 신고 수정/삭제

      예. 맞는 지적인 것같습니다. 다만 입소문이 "나는" 곳이 아니라 "내는" 곳이 되어 버려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 같구요.

  • Favicon of http://blog.naver.com/oolistenoo BlogIcon BrightListen 2008.09.20 04:27 ADDR 수정/삭제 답글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한 소비자와의 유대, 커뮤니케이션만 이끌어 내더라도 기업 블로그는 성공했다고 봐야할까요. 개인 블로거가 조금 더 심도 있게 쏟아내는 정보들로 열광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기업에는 과연 소비자가 접하기 어렵지만 흥미로운 정보들을 같이 이야기할 수 없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란 이름으로 관심을 유발시키는 마케팅 영역이 과연 기업의 주도로 기업 블로그에서 형성될 수 없는지..

    • Favicon of https://easysun.tistory.com BlogIcon easysun 2008.09.22 10:18 신고 수정/삭제

      음.. 고민이 많이 되는 주제를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제생각으로는 기업들의 '시각'이 변하지 않아서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합니다. 2.0 흐름이나 그 한가지 툴로서의 블로그를 변화된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이제까지 하던 방식, 즉, 기업의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www.prsong.com BlogIcon prsong 2008.09.21 21:39 ADDR 수정/삭제 답글

    구구절절 공감입니다.

  • Favicon of http://v-core.kr BlogIcon 브이코아 2008.09.22 09:02 ADDR 수정/삭제 답글

    토요일 이른 시간에 좋은 강의 감사드립니다.
    강의를 들은 사람들도 호응도 좋아서 유익한 시간 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지선 대표와 블로그코리아의 큰 발전 기원합니다.

    • Favicon of https://easysun.tistory.com BlogIcon easysun 2008.09.22 10:20 신고 수정/삭제

      예. 제게도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www.womme.net BlogIcon womme 2008.09.22 09:07 ADDR 수정/삭제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대행사의 입장에서는 기업이 원하는 것과 블로거가 원하는 것의 중간치를 잘 읽어서 실행하는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s://easysun.tistory.com BlogIcon easysun 2008.09.22 10:30 신고 수정/삭제

      대행사의 입장에서는 기업을 잘 리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요? 중립적인 의미에서의 블로거가 원하는 것을 시장이 원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기업을 설득하는데 더욱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말이죠^^.

  • Favicon of http://gamsa.net BlogIcon 양깡 2008.09.23 13:48 ADDR 수정/삭제 답글

    잘 지내시죠 ^^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 Favicon of https://easysun.tistory.com BlogIcon easysun 2008.09.23 14:37 신고 수정/삭제

      와! 양깡님! 잘 지내시죠? 찬바람도 슬슬 부는데.. 언제 한번 뵈야죠^^

  • Favicon of http://happyloser.tistory.com BlogIcon NJ 2008.09.25 13:23 ADDR 수정/삭제 답글

    잘 봤습니다! 유용한 글이 많을 듯 싶어 앞으로는 구독해서 보려구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