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미스테리, 대행사의 미스테리

맛보기 2008. 5. 22. 00:09

'삶의 미스테리'라는 제목은 분명 낚시다. 나 혼잣말 되뇌이며 낚시성 제목까지 달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어영부영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제안서 마무리를 지어놓고 집으로 돌아 오면서, 정말 삶의 미스테리라고 느꼈다. 아무리 공부를 안해도, 시험공부 할때는 지옥 같아도, 시험이 끝나면 홀가분해지는 것. 취재도 덜 되어 설익은 기사 아이템 들고 끙끙 거려도, 혹은 너무 부담스런 기사를 맡아 전전긍긍해도, 마감이 지나면 어떻게든 뚝딱 기사 한꼭지 만들어 진다는 것. 그리고, 대행사의 미스테리는 바로, 제안 마감일까지는 어떻든 제안서 하나 만들어 낸다는 것. 나중엔 제안서가 제안서를 쓰고 원래 아이디어가 뭐였는지 헷갈리기도 하면서 머리 속에 폭풍이 일지만, 어쨌든 차분히 슬라이드쇼로 1페이지부터 돌이켜 보면 나름대로 말이 된다는 게 신기하다.

미디어U의 첫번째 고객은 그리 어렵지 않게 제안서를 썼다. 그렇다고 고민을 덜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어쩌면 고객이 우리에 대해 가진 믿음을 눈치챘기 때문일까.. 훨씬 자신있게 제안하고, 그렇게 제안한 내용들을 기대 이상으로 실행해낼 수 있었다. CJ도너스캠프이다. 처음 도너스캠프가 블로그를 구축하고 싶다고 했을 때는 거의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기업 블로그였다. (인터넷 혹은 IT 기업을 제외하고는 김치블로그 다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안하는 나는 홈페이지에서는 거둘수 없는 효과를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우리의 말을 받아 들여준 도너스캠프의 용기, 혹은 직관력은 참 대단한 것같다. 더구나 나눔배너 이벤트나, 블로그 지식기부 등의 프로그램을 제안했을때 우리의 뜻을 적극 수용해준 것은, (대행사를 오래 해본 나로서는) 참으로 이례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래서 오늘날 '나눔배너 2.0'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그 다음에 만난 고객은 처음 만나 함께 일을 하기까지 세달쯤 걸렸다. 그 사이에도 끊임없이 미팅을 가지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이야기 한 끝에 드디어!! 함께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나치게 신중하고, 그러나 블로그의 특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핵심이 통하지 않는 통에 지금도 이벤트 하나 진행하기도 힘이 빠질 정도로 어렵다.

또 다른 고객은 블로그를 '검색 광고'의 대타로 기용하려 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고객 만족을 얻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아쉽다. 장기적으로 운영했더라면..

우리 고객 가운데는 작년 추석에 첫 만남을 가졌지만 5월 중순에 블로그를 오픈한 '울트라 신중형' 기업이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기업은, 내부적인 합의를 잘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블로그에 직원들의 열정이 스며 들었다. , 보기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어떤 고객은, 신제품 런칭을 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시도를 한다. 신제품 출시에는 '광고'가 최우선시되던 기존의 프로모션 방법을 버리고 온라인에 사활을 걸었다. 우리도 사활을 걸었다. 정말 색다른 사례가 될 것같기 때문이다. 세스 고딘이 "광고는 죽었다"라고 했던 보랏빛 소의 명제를 현실에 입증해낼 것인가.

내일 제안이 끝나면 나는 다시 제안서를 쓸 것이다. 어떤 제품, 혹은 서비스를 가진 기업이든,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든, 우리의 삶이 다양하듯이, 형형색색의 목표를 탄탄한 실행계획으로 바꾸는 일을 해나갈 것이다. 부디 성공사례가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비록 미래는 점칠수 없다고 해도 말이다.

삶의 미스테리 만큼이나 분명한 대행사의 미스테리는, 괴롭히는 고객보다, 믿어주는 고객에 더 마음이 가고, 더 창의적이 된다는 사실이다. 고객이 하나 하나 따지기 시작하면, 이유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써야 하지만, 믿어주면, 믿음에 합당한 결과를 만드는데 목숨을 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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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5.22 08:24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또 하나의 미스테리... 근데 왜 전 사원일때도 대리일때도 과장일때도 차장일때도 부장일때도 이사일때도... 그리고 지금의 CEO이면서도 왜? 왜? 왜? 제안서를 아직도 쓰고 있을까요?.. 전 저 자신을 돌아보면 그것도 참 큰 미스테리 중 하나입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s://easysun.tistory.com BlogIcon easysun 2008.05.22 11:43 신고 수정/삭제

      그것은.. 짠이아빠님이 '제안서' 유전자를 지니고 이 땅에 태어났기 때문이 아닐까요..

  • 2008.05.22 13:19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gamsa.net BlogIcon 양깡 2008.05.22 14:50 ADDR 수정/삭제 답글

    컴백 하셨나요? 아직 안하셨나요? 언제 한번 뵈야하는데 말입니다. :)

    • Favicon of http://www.sunblogged.com BlogIcon easysun 2008.05.22 15:41 수정/삭제

      돌아왔습니다. 예. 한번 뵈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