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기자라는 사실이 부끄러워...

맛보기 2007.09.13 20:25

마치 '삼풍 백화점 붕괴'나 '911 테러' 화면을 보는 듯한 참담함이 느껴졌다.
오후에 전국을 떠들석하게 했던 문화일보의 신정아 누드 사진 게재는 분명 테러에 가까운 행위다. 특히나 같은 여성의 한사람으로, 모자이크 처리를 했어도 뻔히 형체가 드러나는 그 사진을 보면서 모멸감이 느껴질 만큼 충격적인 사진이었다.

그 이후 한동안을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언론의 사명이라든지 사회적 공기로서의 의미가 희미해졌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싶다.

사실 블로고스피어에서 가장 빈번하게 공격의 대상이 되는 층이 '기자'이다. 블로거들이 주로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다보니 비판도 많이 받게 된다. 때론 무식하다고 (전문지식이 부족해서), 때론 시각 때문에 이런 저런 맹렬한 공격을 받는다. 나는 가끔 블로거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제도권 언론이 가지고 있는, 기사를 다루는 엄격한 기준과 기자 한사람 한사람이 교육받은 기자로서의 사명감의 중요성을 알고 있던 터라 심정적으로는 '기자직'의 의미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블로거로서 나는 다소 확인되지 않은 얘기도 포스트에 담기도 하고, 객관성을 고민하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쓸수도 있다. 하지만 기사는, 비록 블로거들한테 맹 공격을 받을 지라도 사실확인과 객관성 유지라는 나름대로의 정제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나온 기사에 대해 때로는 과하다 싶을 만큼 블로거들이 비난을 퍼붓는다는 생각을 가진 일도 솔직히 있었다.

그런데, 이 무슨 망측한 일이란 말인가. 명색이 일간신문에서 개인의 인권을 저렇게 짓밟고, 명분도 없이 선정적인 내용을 버젓이 걸어 놓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오늘 블로고스피어에 올라온 글들은, 모두 옳다.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신문을 어느 독자가 믿고 보겠는가 말이다.

정말, 오늘은 내가 한때 기자였다는 사실마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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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9.14 08:17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솔직히.. 보는 순간..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오더군요...
    남자의 입장에서봐도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입니다... 문화일보의 수준이 저거라면 정말 저런 신문은 없어져야겠죠... 충분히 역으로 고소감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신정아씨는 정신병자로 취급하기 시작하더군요... 대한민국의 기자정신은 독재에 항거하던 그 시절을 계승치 못하고 결국 상업주의와 권력주의에 영합해 버린 속물근성을 지금 너무들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슬퍼집니다... ㅜ.ㅜ

    넘 흥분해서.. 표현이 과격하군요.. 아.. 머리야...

    • Favicon of http://www.sunblogged.com BlogIcon easysun 2007.09.14 10:25 수정/삭제

      아무리 과격하게 말씀 하셔도 납득이 되는 사안입니다. 예전엔 그래도 '기자정신'은 살아 있었는데... 덕분에 언론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 BlogIcon 135th 2007.09.17 01:38 ADDR 수정/삭제 답글

    어떤 경우에든지 지켜야 할 도가 있는 법인데요. 그게 언론이든지 사람이든지 자본주의 사회에 휘둘리는 모습은 항상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합니다.

    그 누가 말했습니까? 돈은 도구에 불과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