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엄마가 되고 싶다!

생각하기 2011.10.21 18:01
요즘 사춘기의 절정을 향해 막나가고 있는 둘째 아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리지어 다니면서 친구들을 때리는 자기반 친구를 어떻게 피하거나 제압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1대 1이라면 왕창 맞더라도 맞짱 한번 뜨자고 하겠는데 서너명씩 몰려다니는 터라 그도 여의치 않다는게 그 아이의 '전략 분석'이다. 그렇다고 엄마, 아빠나 선생님등 '제도권'의 힘을 빌려 보아야 근본적인 해결이 안된다는 분석도 했다. 둘째가 선택한 방법은 대학 다니는 형을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형이 비록 싸움을 잘 할 타입은 아니지만 일단 대학생이라는 위치가 주는 위압감을 십분 활용해서 겁을 주자는 속셈이다. 둘째의 형, 그러니까 큰 아들은 워낙 중학교때 공부보다는 노는 쪽 무리에 있어서 둘째를 패고다니는 무리들의 심리를 잘 알것이니 내가 생각해도 현명한 전략이라고 생각이 된다. 

둘째의 고민얘기를 물론 내가 직접 들은 것은 아니다. 둘째가 어느날 잠을 이룰수 없다며 할머니 방에 들어와 '인생상담'을 청하며 털어놓은 이야기다. 나는 이 얘기를 전해들으면서, 둘째가 엄마인 내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곰곰 생각했다. 태어날때부터 자신을 돌봐주고 늘 염려하고 걱정하는 할머니의 푸근함이 엄마에겐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반성했다. 엄밀히 말하면 '문제 해결'의 방법에 대한 조언을 엄마가 더 잘해줄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이에게 필요했던 것은, 무작정 그 얘기를 들어주고 걱정해주고, 아이의 선택을 격려해주고 도와주는,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아마, 내게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하더라도 형을 활용하는 전략(?)을 지지해주었을 것같다. 하지만, 아이에게 '엄마'는 논리적으로 해결책을 줄 지언정 푸근하지는 않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푸근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나대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하지만, 대화의 부족이든, 이미지의 문제든 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결국 내가 푸근하지 않은거다...)

어쨌든, 언제부턴가 항상 논리적으로 생각하려하고, 해결책을 고민하고 숫자로 표현되는 명확함을 추구하게 됐다. 세상이 나를 그렇게 키웠다. (세상탓? ㅋ) 하지만, 사실, 가족은 논리적인, 명확한 결론을 내주는 존재가 아니라 품어주고 안아주고 편히 쉬게 해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특히 엄마는...

할머니에게 그 얘기를 들은 후부터 나는 일부러라도 아이에게 좀 모자란 질문들을 많이 한다. 그리고 엄마가 힘든 얘기들도 거침없이 터놓고 있다. 혹은 실수한 얘기도 과장되서 하고 말이다. 하루 아침에 깍쟁이 같은 엄마가 푸근한 엄마로 탈바꿈하지 않겠지만, 조금은 편하게 말을 건넬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가 아이를 위해 뭔가 더 해줘야 하고, 더 좋은 길로 인도해야하고 그래야 한다는 욕심을 접고, 친구같은 엄마가 되는 것이다. 이제 훌쩍 나보다 키도 커진 아이이니 오늘은 슬쩍 티비 보다가 아들에게 기대보기도 해야겠다.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