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지정 문답릴레이: 직원

맛보기 2009.08.25 12:33
블로그에 쓰기는 조금 새삼스런 얘기지만 우리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필로스님은 여러모로 내게는 좋은 친구이다. 연배도 같은데다 (본인은 어리다고 애써 주장하고 있지만... -_-)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면서도 가끔씩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도 하다. 그래서 늘 필로스님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들을 제시해주시곤 한다. 때로 새로운 시각이란, 결론을 얻은 것같은 내게는, 그에 반하는 주장으로 들릴때도 있어 당혹스럽기도 한데, 곱씹어 보면, 늘 "앞으로 돌진!"을 외치는 내게 다시한번 되돌아 보게하고 추스리게 만드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앞에 대놓고는 하지 못했던 얘기이지만, 그래서 나는 늘 '노년벤처'(흐억 OTL)의 어려운 길을 함께 가는 필로스님께 고마움을 느낀다. 

필로스님이 지난주에 또하나의 곱씹어 보아야할 숙제를 던졌다. 최근 블로고스피어에 번지고 있는 주제지정 문답 릴레이인데, 정해진 주제에 대해 '1. 최근 생각하는 00 2. 이런 00 감동! 3. 직감적으로 00 4. 좋아하는 00 5. 이런 00 싫어 6. 다음에 넘겨줄 7명 (각각 주제 지정)'의 순서로 포스트를 적는 것이다. 필로스님이 내게 지정한 주제는 '직원'이었다.

얼마전 양깡님이 주셨던 편견타파 릴레이를 못써 꿈에서까지 가책을 느꼈던 터라 어찌됐건 받은 릴레이를 빨리 정리하고 싶어 주말 내내 끙끙대었는데, 역시 쉽지 않은 주제였다. 그런데 '직원'은 늘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어려워하고 끙끙거리는 것은, 진짜 직원에 대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뭔가 대단히 멋진 말을 해야할 것같은 강박관념 때문이 아닐까... 하여, 편안하게 가능하면 지나친 수식 보태지 않고 내게 주어진 주제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적어 보기로 했다.

1. 최근 생각하는 '직원'

회사가 설립해서 3년차를 맞다 보니 예전만큼의 화합이 어렵다고 느낄때가 많다. 예전에는 인원수도 적고 해서 서로의 생각을 읽어내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이고, 우리가 지금 함께 고생하는 것의 의미가 무엇이고를 함께 공유했었다. 그러다보니 어려움도 함께 걱정하고 조그마한 기쁨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정서적인 공감대가 많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최근들어서는 내가 생각하는 '직원상'은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을 이해하고, 그 방향과 현재 지금 발딛고 있는 곳에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찾아내는 직원이다. 그것이 꼭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도 좋다. 아니, 오히려 직원들이 스스로를 위해서 그렇게 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떻게하면 늘 나와 함께 하루를 공유하는 직원들과 공감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까 - 내가 가진 고민 중에 하나이다.

2. 이런 '직원' 감동

질문을 적고 보니 내 머리 속을 스쳐가는 몇몇 얼굴들이 있다.

회사에 갓 들어와 반복적이고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있었는데, 내게 그런 얘기를 했었다. "누군가는 회사일을 내 일처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이든, 내 집 일처럼 하면, 결과적으로 회사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으로 일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그 친구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느꼈다. 세상 모든일을 그런 자세로 한다면, 못할 것이 없지 않을까...

회사에서 업무를 배분하다 보면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딱히 급한 일은 아니어서 간혹 뒷전으로 미뤄질 때가 있다. 간혹 누군가에게 그 업무를 맡기지만, 사실 당장 급한 일때문에 못했다고 하여도 크게 문제될 것 없는 일도 있다. 그런데 아무도 확인하지 않아도 묵묵하게 그 일을 하는 직원이 있다. 나는 때로 그런 직원에게 마음속으로 고개가 숙여 진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인생은 묵묵하게 지루한 길을 갈 줄도 알아야 함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직원을 뽑을때 누구나 똑똑하고 일잘할것 같은 사람을 뽑고 싶어 한다. 그러나 때로는, 웬지 듬직해서 오래 다닐것 같은 직원에게 마음이 갈때가 있다. 그러면서, 사실은 살짝 고민할지도 모른다. 업무도 잘 적응하려나... 물론 면접때의 인상만 가지고 업무 적응능력을 판단할수는 없다. 그런데 가끔씩 처음엔 버벅거리는 것같기도 하고, 업무 파악을 잘 못하는 것 같은 직원이 시간이 지나면서 제법 일도 알아서 처리하고, 혼자 고민해서 뭔가 내놓기도 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볼때 정말 감동적이다. 늘 노력하고 늘 달라지는 모습에 나 또한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성격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누구나 활달하고 분위기를 잘 맞추기를 바랄 수는 없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재미있을 것 같다"며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늘 웃는 얼굴의 직원. 내가 지치고 힘이 빠져 있을때 어떻게 알았는지 커피 한잔 챙겨 주며, 다른 얘기로 위로해주는 직원. 감동을 넘어선 감동을 전해준다.

3. 직관적으로 '직원'

이 질문은 어떻게 답해야할지 모르겠다. 직관적으로 직원이라니... 대신, 내가 원하는 직원상을 적어 보자면, 나는 친구같은 직원을 바란다. 함께 얘기하고, 고민하고, 일하고, 그리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너무 추상적일까... 기본적으로 사장-직원의 관계가 일방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를 자극해주고 서로를 도와주며 그래서 함께 무언가를 이루는.. 그런 직원이 내 곁에 있었으면 한다. 물론, 나도 (직위를 넘어서) 친구같은 사장이 되고 싶다.

4. 좋아하는 '직원'

2번에서 많은 것을 얘기했지만.. 꼭 감동까지는 아니어도 내가 좋아하는 직원은, 3번에 얘기한 것과도 일치.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직원.

(off the record 로는 술 함께 잘마시는 ... OTL)

5. 이런 '직원' 싫어

좋아하는 직원이 함께 대화하고 공유하고 일하고 고민하는 직원이었으니, 혼자의 생각으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혼자 판단하는 직원일까? (사실 우리 회사에 혼자 술마시는 직원은 나밖에 없는듯... -_-)

6. 다음 릴레이 주자

부디 릴레이 받으신 분들이 저를 미워하는 일이 없기를...

- 얌용님: 술
- 팬시워커님: 결혼
- 한길님: 직장상사
- 해피아름드리님: 사진
- 김석만님: 연극
- 통화남녀님: 광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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