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와인 - 샤또 몽페라 (Chateau Mont-Perat) 2006

산에오르기 2009. 1. 17. 23:52
주말 저녁, 놓치기 아까운 기쁨 가운데 하나는 느슨한 하루, 좀 더 릴랙스할 수 있게 해주는 주말의 와인을 고르고 마시는 일이다. 남편이 LA로 떠난뒤 술친구가 없으니, 대부분 혼자서 마셔야 하는게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맘편히 와인 마시는 기쁨을 포기할수는 없는 일이다.

음식에 맞춰 와인을 고르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겠으나, 나는 가끔씩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와인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웬지 화이트 와인의 가볍고 상큼한 맛이 그리운 날도 있고, 어떤땐 묵직한 칠레산 카버넷 쇼비뇽이 생각나기도 한다. 사실 나는 어떤 음식에는 어떤 와인을 마셔야 한다는, 소위 '마리아주'의 경지까지 이르지 못했을 뿐더러, 개인적으로는 그냥 마시고 싶은 와인을 주변 음식과 함께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소고기 등심과 화이트 와인을 마셔본 적은 없다. 그것은, 뭐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것이지, 공식과 같은 무엇은 아니라고 느낀다.

어제 내린 눈의 자취가 아직 남아있지만, 날씨는 많이 풀려 한결 맘과 몸이 가벼웠던 하루. 오늘은 어떤 와인을 마실지, 이런 저런 궁리를 해보았지만, 오늘따라 뚜렷하게 다가 오는 것이 없었다. 오후에 여의도 와인아울렛에 들러 와인 구경 하다가 한 두병 와인을 사왔음에도 마음속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민창이에게 물었다. "엄마, 오늘 저녁 무슨 와인을 마시면 좋을까?" 민창이의 답이야 예상했던 대로이다. "엄마가 좋은거!" 와인냉장고에서 세병을 꺼냈다. 그 중에서 골라달라고 사정을 했다. 고르되, 이유를 얘기해야한다고.


두병을 보르도를 꺼낸 것을 보면, 오늘은 웬지 보르도 스타일의 발랜스와 무게감있는 와인이 끌렸나 보다. 선택을 돕기 위해 몇가지 설명을 해주었다. 

"왼쪽부터 1번, 2번, 3번이다. 1번, 2번은 프랑스 와인이고, 3번은 이태리 와인이야. 2번이 제일 오래된 것이고 3번, 1번 순이지. 1번은 신의 물방울에 나왔던 와인이고 2번은 논현동 와인하우스 주인 아저씨가 추천해준 것, 3번은 오늘 여의도 와인아울렛 누나가 추천해준 거야... 그리고.."


나의 설명이 귀찮았는지, 1번을 권한다. 이유는,

"뭐든지 1번이 좋은 것이고, 또 가장 젊으니까 좋을 것같아. 또 글씨가 멋지네!"


그래서 오늘 샤또 몽페라 2006을 마시게 됐다. 이 와인은 신의 물방울 1권에 등장하는 와인으로 꽤 유명세를 타는 제품이다. 우리의 주인공 칸자키 시즈쿠가 와인을 처음 마시게 된 날 미야비가 일하는 와인바의 주인이 시즈쿠에게 샤또 몽페라와 미국의 유명와인 오퍼스원을 내어준다. 시즈쿠는 샤또 몽페라가 파워풀하면서도 우아하고, 여운이 남는 이 와인을 그룹 퀸의 음악에 비유했다.

사실 이 와인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에 신의 물방울의 영향으로 와인세일때 (만화책에서는 2천엔대의 비교적 저렴한 와인으로 소개 되지만, 우리나라 와인샵 가격으로는 7만원 이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병 사서 마셔본 적이 있었다. 빈티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 2003이나 2004였을 것이다. 

샤또 몽페라와의 첫만남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유명세를 가진 조금 건방지고 무뚝뚝한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향이 피어나지 못하고, 바디감과 발란스가 좋은 건 알겠는데, 액체가 아닌 고체의 느낌처럼 딱딱했다. 

별로 인상깊지 못했던 이 와인을 다시 사온 것은, 순전히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 때문이었다. 4만3천원! 샤또 몽페라의 가격으로는 훌륭하지 않은가^^

오늘은 조금, 다른 접근을 했다. 저녁 먹기 30분전쯤 미리 열어 두었다. 저녁 준비하느라 실제로 거의 한시간 정도를 오픈한 후에 마셨다. 그랬더니, 이 친구가 자신이 가진 포텐셜을 마구 드러내는 것이었다. 검은색 후드티를 입었던 것으로 기억했었는데, 사실은 캐시미어 가디건에 단정한 흰색 셔츠와 청바지를 멋지게 매칭한 듯한 느낌이랄까. 적어도 사람들이 이 와인에 대해 보내는 찬사의 절반은 이해할 수 있었다.

샤또 몽페라는 코뜨 드 보르도(Premieres Cotes de Bordeaux) 지역의 와인으로 프랑스의 유명한 양조업자인 미셀 롤랑이 와인 만들기에 참여해서 나무 한그루에 열리는 포도의 수를 최소화하여 응축된 와인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어쨌든 기분좋은 두번째 만남이었다. 그래서, 흐뭇한 주말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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