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여, 틀에서 벗어나라!

맛보기 2008. 6. 30. 20:28
지난 금요일에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촛불2008과 미디어리더쉽" 행사에 참석했다. 세번째 세션의 주제는 '미디어로서의 블로그'였다. 이자리에 코멘테이터로 참석했지만 다른 발표자들의 이야기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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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오마이뉴스/www.ohmynews.com>



특히나 다음에서 블로거 기자로 맹활약하고 있는 '몽구' 김정환님의 이야기는 경험 하나 하나가 미디어로서의 블로그의 의미를 빛내주는 생동감 넘치는 것들이었다. 몽구님은 이천주민들의 특전사 이전 반대시위, 한미FTA 반대시위, 롯데월드 무료개방 등 사회적 이슈가 됐던 현장에서 누구보다 발빠르게 취재를 하고 사진을 찍어 소식을 전한, 기성 언론의 사회부 기자보다 더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프랑스 통신사인 AFP에 자신이 찍은 사진을 전송하기도 했고 그 어떤 기사보다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몽구님이 자신의 경험을 되짚으며 이런 얘기를 했다. "저는 항상 현장에 1시간 먼저 도착합니다. 도착해서 어느 각도로 사진을 찍어야 가장 잘 나올지 고민을 하죠. 혼자서 취재하는 블로거로 활동하다 보니 같이 사진을 찍거나 취재하는 취재단(기자단)에 눈치가 보일 때가 있습니다. 서로 이미 잘 알아서 인사하는 기자들을 보면 뻘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자들은, 보통 현장 스케치를 할때, 특히 사진 기자들은 특정 장면 5분쯤 찍고 이내 가버립니다. 저는 가능하면 행사 끝날때까지 내내 현장을 지키며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과 목소리를 담아 내고자 합니다."

몽구님의 얘기를 들으며 나는 무릎을 치게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비록 오래전이긴 하지만 기자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현업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몽구님의 얘기를 들었을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짐작돼었다.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대개 사회부 소속일 경우가 많은데, 보통 취재 지시를 받아서 움직인다. 본인이 원해서라기 보다는 지시 받아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고, 또 종종 취재 지시를 준비없이 받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데 특별한 사안이 아닌 경우에는 현장을 고스란히 지킬수가 없다. 취재후 기사도 마감 시간에 맞춰 작성해야 하고 데스크로 부터 기사를 점검받는 시간도 필요하니 항상 바쁘다. 시간이 부족한 기자들이 현장에 한시간전에 미리 도착하여 이런 저런 고민을 할 틈이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특히 사진 기자들은 더더욱 그렇다. 어떤 사안이 벌어졌을때 혹은 행사가 있을때 한장면을 찍기위한 시간 (길어야 한시간 정도)을 쓰는 것으로 끝이다. 글도 쓰고 사진도 찍으며 현장에 동화되어 있던 블로거들이 느끼는 깊이 만한 생생한 글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비단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아니어도 업무의 '틀'은 여전히 존재한다. 기자들에게는 보통 정해진 출입처와 담당이 있다. 종종 자신의 관심사와는 큰 상관없이 배정되는 취재 아이템을 소화해야하는 것이 기자들의 임무이다. 취재하고 글쓰는 훈련을 잘 받은 기자들이라고 할지라도 정해진 출입처에 따라 글을 쓰다 보면 새로운 시각을 찾으려 노력하기 보다 일반적인 흐름에 따라가기를 바라게 된다. 많은 기사의 내용이 대체로 수렴하는 이유이다.

몽구님의 발표를 들으며, 만약 기자들을 자유롭게 취재하고 싶은 것을 취재하도록 풀어 놓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기자들이 갈고 닦아온 취재 실력과 글쓰는 훈련을 바탕으로 언론 조직이라는 고정된 틀을 벗어나 생활의 경험에서 우려낸 글들을 쓴다면..

물론 그것이 기존 언론의 영향력을 확보하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기존 미디어는 '1인 미디어'가 아닌 전체 신문사 조직으로 하나의 미디어를 형성하기 때문에, 결코 기자들을 풀어 놓지도 못할 것이다.

어쨌든, 블로그 글이 기존 언론이 주지 못하는 색다른 정보와 감동을 전해주며 미디어로 인정받는 이유는 명확해진 것같다. 기존 미디어의 틀에 박힌 체계로는 이렇게 생동감있게 움직이며 발전하는 사회의 형형색색을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몽구님에 이어 시사IN 기자인 고재열님은 "기자에서 블로거로 거듭나는 생생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기자들이 한 해, 두 해 연차가 높아지면 타성에 젖고 조직에 동화되어 현장 취재가 어려워 지곤한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항상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어 좋은 글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압박감이 있다. 그것이 진정한(?!) 기자정신을 갈고 닦는 방법이 아닐까.

세상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직업을 선택한 기자들이라면, 이런 흐름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비록, 언론의 속성, 조직의 틀은 쉽게 깰수 없다고 하더라도, 개인으로서 기자들은 블로그, 혹은 1인 미디어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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