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Interaction)"의 두려움

맛보기 2008. 6. 18. 20:05

얼마전 한 교육 프로그램에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PR2.0이니 블로그 마케팅이니 등등은 자주 강의 의뢰를 받는 영역이었고 워낙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흐름에 대해 얘기하고 경험을 나누고 그런 것들을 좋아해서 그날도 즐겁게 한시간 반정도를 떠들어댔다.

일부 강의 듣던 사람들이 따로 와서 명함 나누고 못다한 질문을 건네고, 그런 것으로 잊고 지냈었는데 오늘 이메일 한통이 왔다. 강의 수강생들의 피드백 자료를 여과없이 보고서 형태로 보내준 것이었다.

그날 네가지의 강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각각에 대한 커멘트 및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 가장 도움이 안됐던 프로그램, 개별 강사에 대한 평가 등등에 대한 내용이 세밀하게 담겨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강사에 대한 평가 자료


강의 후 수강생들의 평가를 받는 경험이 처음이어서인지 처음 이 결과를 받고서 잠시 어리둥절했다. 과연 이것을 나한테만 보낸 것인지, 혹은 다른 강사들에게도 보냈을지.. 내 강의 시간이 '약간 졸음이 왔음'이라고 평가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지.. 여과없는 반응(interaction)을 접하니 내용의 흥미로움에도 불구하고 잠시동안 당혹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 평가 내용을 보면서 문득 나의 유학시절을 떠올렸다. 뒤늦게 유학을 가서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가운데 하나가 교수님들이 상당히 열성적으로 강의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미국의 '교수님'들은 강의 준비도 성실히 하는데다 학생들의 질문을 받으면 학생의 질문이 다 풀릴때까지 성심성의껏 답을 해준다.

가르치는 사람들이 '교육'이 서비스업임을 몸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선생님이나 교수님은 그 지위만으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직업 정신에 투철한 것은 전반적인 미국 사회의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교수들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강의가 끝나면 학생들로부터 평가(Evaluation)을 받는다. 익명으로 진행되는 평가이기 때문에 거침없이 교수들에 대한 불만과 혹은 칭찬이 낱낱이 고해진다. 물론 교수들의 보상체계에 이 평가 자료가 반영된다. 'interaction'이 전체적인 시스템을 발전시킨다는 것에 대한 입증이다.

학생의 입장에서 '평가'를 할때는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가르치는 입장에서 평가를 받고 보니 상대의 마음을 알게된다는 것, 즉 대화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내 강의에 불만을 느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다. 어쩌면 그보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로 '평가'받는 다는 것에 대한 당혹스러움일 수도 있겠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물론 명색이 2.0 문화를 받아들이고 '업'으로 하는 입장이니 만큼 이런 당혹스러움은 잠시였고 인터랙션은 역시 여러가지로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다음번 강의에는 좀 더 듣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배려해서 강의 내용을 구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쨌든, 왜 기존의 문화를, 혹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 어려운지도 알게 되었다. PR2.0의 관점에서 보자면 소비자는 그저 기업의 메시지를 인터넷이 되었던 신문이나 기존 미디어가 되었던 미디어를 통해 "받아들이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기업들에게 소비자들의 여과없는 반응과 'interaction'이 얼마나 당혹스러운 것인지를 간접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면, 너무 비약이 심한 비유일까...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이런 interaction이 지금의 나를, 혹은 나아가 전체 사회를 바꾸고 발전시킬 것이라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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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Favicon of http://hyeranh.net BlogIcon 혜란 2008.06.19 11:18 ADDR 수정/삭제 답글

    어째 이런글을 읽으면 가까이에 있는 분이 생각납니다.
    평가를 업으로 하시는 분인데, 교육에는 무척 인색하신듯 했습니다.

    자신의 전문분야를 다른사람들과 나누는것이 싫으신걸까요?
    교육자는 아니다만 서로 트레이닝이 가능할만큼 전문화된 사람들끼리 팀워크를 해보고 싶다~ 하는것 역시, '교육이 서비스다'를 넘어서서 함께 담론화 해야 할 문제는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 Favicon of https://easysun.tistory.com BlogIcon easysun 2008.06.19 16:22 신고 수정/삭제

      혜란님 댓글 감사합니다. 자신의 전문분야를 나누는 것이 바로 2.0 문화이겠죠.

  • Favicon of http://midorisweb.tistory.com BlogIcon 미도리 2008.06.23 23:54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모 단체에서 의뢰받은 강의에서 시간 조절을 잘 하지 못해 지적을 받았던 기억이 새록 ^^; 초보라 너무 의욕이 앞서서리 ㅎㅎ 그래도 좋았던 평가에 위안했었는데..대표님도 더 발전하시길 화이링~

    • Favicon of http://www.sunblogged.com BlogIcon easysun 2008.06.25 10:17 수정/삭제

      미도리님,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publicrelations.tistory.com BlogIcon 서재민 2008.06.25 08:51 ADDR 수정/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대표님.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댓글달아보네요. ^^
    PR 2.0의 가장 큰 장점은 공중과의 소통(comm)이 PR 1.0보다 비교도 안 될만큼
    쉬어진 점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소통으로 하여금 PR 2.0이 훨씬 더 어렵고, 힘들어 질꺼라고 생각이 드네요.
    하루빨리 대표님 강의를 듣고싶네요.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건강하세요.

    • Favicon of http://www.sunblogged.com BlogIcon easysun 2008.06.25 10:18 수정/삭제

      예. 감사합니다. '소통'이 쉬워진 만큼 PR이 어려워졌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