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와인의 재발견 - 카사 드 라 에르미타(Casa De La Ermita)

산에오르기 2008. 3. 7. 17:27
사실 '스페인 와인의 재발견'이라는 제목은 너무 과장됐다. 이제까지 마신 스페인 와인이 모두 합쳐봐야 5병을 넘지 않을 정도도 경험이 미미한데 '재발견'이라는 표현은 가당치 않다. 그런데도 굳이 그런 제목을 붙은 것은 이 와인이 이제까지 내가 느꼈던 스페인 와인에 대한 생각을 한번에 바꿔주었기 때문이다.

지난번 블로그 뉴스룸 법인간담회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오랫만에 와인을 마시게 됐다. 회사 근처 와인샵에서 적극 추천한 스페인 와인이다. 우리가 카버넷 쇼비뇽, 혹은 말벡류의 무겁고 끈적한 와인을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와인샵의 판매원이 추천한 것이어서 한번 마셔보자는 느낌으로 가져왔다.

이제까지 내가 마셔본 스페인 와인들은 거의가 템프라니요(Tempranillo) 품종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 품종은 대개 라이트하고 바디감이 적으며 상큼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라이트한 와인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늘 와인 취향의 다양화를 위해 간혹 스페인 와인을 사보곤 하면서도 그때마다 감명을 받지 못했다. 항상 마시고 나면 '다음엔 스페인 와인은 가능하면 사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을 하곤했다. 맑고 상큼한 맛과 느낌이 내가 스페인 와인에 가지고 있었던 허약하기 그지없는 느낌의 전부였던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Casa De La Ermita Crianza 2004'는 달랐다. 이 와인은 4가지 품종을 블렌딩했다. 스페인의 대표 품종이라 할 수 있는 템프라니요 이외에 모나스트렐(Monastrell - 발음이 맞는지 자신이 없음 -_-), 카버넷 쇼비뇽(Cabernet Sauvignon), 쁘티 베르도(Petit Verdot)등을 블렌딩해서 만들었다. 템프라니요가 가진 상큼함과 여러 과일향은 유지하면서도 바디감까지 갖춘, 아주 독특한  맛과 느낌이 살아났다. 가격도 와인샵에서 2만5천원. 가격에 비해 정말 괜찮은 맛으로 꼭한번 다시 마셔 보고픈 와인이다.

이 와인 덕에 스페인 와인에 대한 재발견을 하고 있던 참에 와인나라에서 '스페인 와인 대전'을 한다고 한다. 시간날때 한번 들러보아야 겠다.

와인은, 마치 100인 100색의 블로그 포스트를 보는 것같다. 그리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느낌이 난다. 늘 새롭고 늘 다른 감동(?)을 주기 때문에 와인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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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Favicon of http://insoon.tistory.com BlogIcon 아멜리에 2008.03.07 18:56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스페인 와인은 아자 밖에 못마셔봤는데 마르께스 데 리스깔이란 와인도 좋데요..그라나쉬 품종인데 네프뒤빠쁘 분위기 와인이라고 ^^ 저 와인도 꼭 마셔보고 싶네요..

    • Favicon of https://easysun.tistory.com BlogIcon easysun 2008.03.07 20:03 신고 수정/삭제

      흠..스페인 와인도 좋은 와인들이 많이 있군요. 어찌나 마셔볼 와인이 많은지! ^^

    • Favicon of http://blanc.kr BlogIcon MP4/13 2008.03.08 16:16 수정/삭제

      원래 그르나슈가 스페인 원산이죠... 스페인에서는 '가르나차'라고 합니다만...
      동북부 카탈루냐 쪽에서 많이 재배하지요.

  • Favicon of http://diarix.tistory.com BlogIcon 그리스인마틴 2008.03.08 22:44 ADDR 수정/삭제 답글

    오호 모두 와인을 즐기시는가 보네요.
    좋아하고 즐기면 자연스럽게 그 맛과 성격을 아는가 봅니다.
    저도 약간씩 취미를 가져봐야겠군요.

    • Favicon of http://www.sunblogged.com BlogIcon easysun 2008.03.09 00:29 수정/삭제

      작년에 회사내에서 '와인 클래스'를 연 적이 있었죠. 제가 누군가를 가르칠 수준은 못되지만 그저 책에서 읽은 내용들을 공유하고 함께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그렇게 몇 번 하고 나니 와인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지고 편하게 즐기는 분위기가 마련된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