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3.0 (6) '벤처'기업에 M&A가 갖는 의미

맛보기 2007.11.08 21:00
(이 글은 매일경제신문 기고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아직 회사를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업 매각을 고려할 때는 아니다. 단지 얼마전 매일경제신문에서 M&A에 관련된 기고를 요청한 일이 있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벤처기업들에게 M&A가 어떤 의미를 가질지 생각해 보았을 뿐이다.

사실, 원고 청탁을 받고 내가 적임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몇번이나 고사했다. M&A에 대한 기고는 파이낸스에 정통한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관(insight)을 가지고 써야 마땅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러저러한 이유로 얼결에 글을 쓰게 되었는데, 얕은 지식을 극복하는 길은 경험담밖에 없다는 생각에 두번의 창업 과정에서 정리하던 일들을 전달하는데 그쳤다.

한가지 나는 일반화된 기업매각을 바라보는 시각에 늘 불만을 느끼던 터였다. 마치 M&A를 열정을 가지고 벤처기업을 창업했던 사람이 이제는 관심이 식어서, 회사를 내던지는 것으로 생각한다거나,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기업 매각을 '먹고 튀는' 행위로 바라보는 일도 있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본의 아니게 나는 두번이나 창업한 회사의 지분을 매각한 경험이 있다. 1996년에 창업한 홍보대행사는 2002년 유학을 떠나면서 지분을 매각했고 또 한번은 미국에서 창업한 회사를 인수합병했었다. 그 두 차례 매각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이 상당히 기업 환경 면에서 다르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첫 번째 회사 매각은 극히 개인적인 이유에서였다. 당시 나는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가 CEO 없이 몇 년간 운영되는 것보다는 누군가 애정을 가지고 보살필 사람이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 내내 혹은 그 이후에 내가 회사를 떠나서도 나는 원인 모를 죄책감에 시달렸다. 마치 오랜 연인을 차버리고 떠나는 것처럼 `회사를 버린다`는 느낌이었다. 실상 그것은 내 안에서 만들어졌다기보다 회사 매각을 바라보는 사람들 시선에서 전달받은 인상이었다.

소규모 기업은 창업자가 대주주였고 또 경영자였으니 기업과 대주주 관계는 마치 부모와 자식 같은 그런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물론 이런 논리는 아직까지도 여전히 남아 있지만 말이다.

두 번째 회사 매각은 미국에서 이루어졌다.

3년 전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인터넷에 기반한 모바일 콘텐츠 사업을 시작했다. 엠투고(mtogo)라는 미국에 있는 한국ㆍ일본ㆍ중국 등 아시안 커뮤니티를 상대로 휴대폰 벨소리, 배경 그림, 게임 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 서비스였다.

엠투고는 한국ㆍ일본ㆍ중국에서 콘텐츠를 소싱해 제공했고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콘텐츠 차별화로 인해 한국 사용자를 비롯해 아시아 사용자들 사이에 조금씩 인기를 끌어갔다. 사용자도 점차 증가했고 다운로드도 늘어갔다.

그러나 인터넷 서비스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마케팅이 필수적이었는데 투자계획이 차질을 빚자 충분한 마케팅을 하기가 어려웠다. 1년쯤 지난 시점에 우리는 회사 매각을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인수자를 구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대로 두면 정리될 회사를 인수한다는 것은 한국적 시장 정서로는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누구도 개발할 수 없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엠투고는 인수자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를 인수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직접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할 수도 있고 콘텐츠를 소싱할 수도 있겠지만 인수ㆍ합병을 통해 시간을 벌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미국은 기업가의 천국이라고 할 만큼 창업이 자유롭다. 큰 어려움 없이 회사를 만들고 자기 아이디어를 전개시켜 볼 수가 있다.

창업이 쉽다는 것보다 더 큰 모티베이션은 많은 창업자들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이룩한 성과들이 개방적인 M&A를 통해 서로 뭉쳐지고 보태져서 더 큰 성과들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미국 창업자들은 거창하게 회사를 키워 공개하겠다는 꿈보다는 큰 기업에 인수되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곤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생존율은 10년을 기준으로 25% 미만이라고 한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0.1%로 훨씬 낮아진다. 무수히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사라지는데 그들이 이뤄놓은 노력과 성과들이 물거품이 되고, 또 다른 기업들이 같은 일을 반복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사실이 아쉽다.

기업 인수ㆍ합병이 반드시 기업 생존율을 높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열린 문화가 사회 전반적인 자원의 효율화에는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기업가 정신을 진작시키는 영양제 구실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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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Favicon of http://blogyam.tistory.com BlogIcon 얌군 2007.11.19 20:08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많은 공감을 합니다.

    총성없는 글로벌 시대속에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이 됩니다. 특히나 기업이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규모의 경제 또는 범위의 경제에 달성하기 위해 유보이익이나 신규자금으로 설비를 확충하는 내적성장 ( internal growth)도 있지만, 기업 인수 및 합병을 통한 외적 성장 (external growth)도 중요한 역활을 한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도 건전한 M&A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하네요. ^^

    p.s
    인사가 너무도 늦은것 같습니다.
    지난번 짧은 미팅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갑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즐거운 한 주간 시작하세요.

  • Favicon of http://www.sunblogged.com BlogIcon easysun 2007.11.19 23:19 ADDR 수정/삭제 답글

    옙. 지난번에는 제가 죄송했구요.. 담에는 훨 많은 얘기들을 나눌 수 있을 듯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