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힌 한라산 산행기

산에오르기 2014.02.16 18:50

올  겨울은  눈꽃 산행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  지난해, 태백산이며  계방산이며  온통  눈 덮힌  곳을  찾아  나섰던  것에  비하면,  눈 구경을  거의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통  눈으로  뒤 덮힌  산길을  걷는  상쾌함이  그립던  참이다. 


생일이  정월대보름이다  보니  내  생일에는  환한  보름달이  뜬다.  그것만으로도  설레이고,  충분히  축복받은  생일이라고  늘  생각했다.  올해는  축복을  한  판  더 얹어서  생일에  한라산  산행을  계획했다.  과감하게  금요일  휴가를  내고  목요일  밤비행기로  제주로 날아갔다.  쓩~! 


며칠전부터  제주에도  큰  눈이  내렸다고  했다.  한라산  입산  통제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다행히  2월 14일 (하필이면  발렌타인  데이까지  겹쳐)  이른  아침  산을  오르는데  눈은  오지  않았다.  그런데,  입구부터  온통  눈이었다.  성판악에서  시작해서 속밭 대피소 (4.1Km) ~ 사라오름 입구를 거쳐 진달래 대피소 (3.2 Km) ~ 백록담 (2.3Km) 까지  10Km 가까이  걸어야  정상을  만날  수  있었다. 


일단  맛보기로  눈사진  한컷! 


 


그리  높이  오르지  않아도  상고대가  피어  있다.  온통  눈  꽃이고,  온통  눈  밭이다.  하늘까지  하얀색.  잔뜩  흐린  날씨에도  흰  눈 빛으로만  눈이  부실  지경이다. 


성판악  코스는  사라오름  입구까지는  경사가  완만해서  크게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물론  나는  그동안  등산을  게을리해서인지  삼십분  정도  종아리가  땡겨서  힘이 들었다.  사라오름  부터는  조금  경사가  급해졌다.  이제 급격히  힘들어  지는  구간.  힘들게  몇  분  올랐더니,  진달래  대피소의  탁트인  전망과  눈꽃이  선사하는  황홀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이리  보아도  내사랑 이여,  저리  보아도  내사랑...' 뭐  그런  사랑가  구절이  절로  나올  듯한,  환상적인  경치로구나! 




눈에  타서  얼굴이  시뻘개졌다.  완전  시골  아줌마 같은 ... 


진달래  대피소에서  김밥과  사발면을  먹고  다시 기운을  내서,  마지막,  경사 구간  백록담으로  향했다.  올라가니  바람도  제법  불기  시작했고,  갈수록  하늘은  더욱  하얘져서  어디까지가  산인지,  어디부터가  하늘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게다가  위로  올라갈  수록 바람에  눈이  쓸려  나뭇가지를  덮어서  땅에서  수십센치는  올라간  위치에서  오르고  있었다. 




이런 느낌... 



마지막  300 미터  가량은  눈구경  조차도  사치였다.  경사는  한층  가파른데다,  눈은  얼었고  칼바람이  불어와,  마치  어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것  같은  히말라야  원정대가  눈  덮인  봉우리를  오르는... 그런  광경이었다.  바람에  자꾸  몸이  왼쪽으로  쏠릴  지경.  지금은,  그  광경을  사진이라도  찍어  둘  걸...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당시에는  머리  속까지  하얘졌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이라고 하면 조금 오바지만,  일단  정상까지  올라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오른  정상.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백록담  정상석  마저도  눈에  반쯤은  잠겼다.





하산은  한라산의  북쪽  관음사  코스를  선택했다.  성판악 쪽  보다  훨씬  가파른  곳으로 한동안  거의 경사  40도나  되는  구간을  스키타듯  내려왔다.  하산  길에는  눈이  계속  내려  비탈진  길에서는  등산로가  없어져  고생하기도  했다.  8시간 반  산행  내내  눈의  품에서  헤맨,  힘들지만  상쾌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한  산행이었다.  


역시,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답다.  언젠가  꽃필때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다. 



덧. 등산  이틀이  지난  오늘까지  다리  근육이  풀리지  않아  고생이다.  몸은  계속해서  병든  닭처럼  틈만  나면  졸고  있다.  역시  내  체력에  무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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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품에서... - 사흘간의 밀월여행

산에오르기 2013.09.13 15:57

꿈만 같다. 지리산의 품에 안겨 보냈던 사흘 동안은 흡사 밀월 여행 같았다. 다른 생각은 모두 막혀 버리고 온통 ‘너에게’ 집중했던 그 여행 처럼, 지리산을 오르고, 내리고, 산이 내어주는 경치에 감탄하고, 그 험난함에 허덕거리고, 땀흘리며 그렇게 보냈다.



등산에 취미 붙인지 1년여. 올해의 목표를 세웠다. 바로 ‘지리산 종주’. 하지만 일상에 치이다 보면 온전히 삼일을 산에서 보낼 엄두를 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런 기회는 우연히 왔다. 무작정 대피소를 예약한 친구의 초대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는 시점에 그렇게 지리산 종주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지리산 탐방안내도,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퍼옴)



지리산 종주는 보통 전남 구례군 화엄사에서 시작해서 노고단에서 능선을 타고 지리산 자락의 동쪽 천왕봉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코스로 구성이 되는데최근에는 노고단 바로 밑 성삼재에서 시작할 수 있어서 한결 수월해졌다화엄사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코스만도 4시간 산행길이라고 하니 성삼재에서 시작하면 반나절의 시간을 벌 수가 있는 것이다우리 일행은 성삼재 ~ 노고단 ~ 임걸령 ~ 화개재 ~ 연하천 (1) ~ 벽소령 ~ 세석 (2) ~ 장터목 ~ 천왕봉 ~ 중산리로 이어지는 2 3일 코스를 택했다첫째날 13Km가 좀 넘고 둘째셋째날이 10Km 쯤 되는 거리다.



그런데 지리산 종주는 산을 오르는 2 3일이 다가 아니다떠나기 전 일주일다녀와서 일주일을 꼬박 내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들썩이게 했다일주일 전부터 검색을 해서 최근 지리산 종주를 다녀온 블로거들의 글을 꼼꼼히 읽었다마치 종주를 다녀온 느낌이다여기 저기서 경험담을 통해 조언 한대로 준비물을 챙기고일정을 짜면서 마음을 먼저 지리산에 보내 놓았다다녀와서도 한동안지리산에 머물러 있는 마음 한조각 불러 오느라 먼 산을 바라 보아야 했다.



드디어산행이 시작되는 날. 2 3생존에 필요한 짐들을 꾸역꾸역 배낭에 싸 넣고 보니 뚱뚱한 배낭이 어깨에서 허리까지를 모두 차지해 버렸다무게도 만만치 않았다성삼재에서 배낭을 매고 대망의 지리산 종주를 시작했는데 노고단에 이르기까지 한시간여를 다른 생각할 틈 없이, ‘과연 이 배낭을 메고 종주를 할 수 있을까…’ 걱정만 한 가득이었다산행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는 배낭의 무게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앞으로 향하는 목덜미를 잡아 채는 느낌이었다.


(노고단 고개의 운무. 2013/08/30)



한시간여를 지나 노고단에 오르니, 능선의 물결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구름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지리산의 참 맛이란 이런 것이려니 싶었다. 첫날의 목적지인 연하천까지 산을 올랐다 내려 갔다, 다시 오르고, 산세에 감탄하기를 반복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할 때쯤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 지치고 배고플 때 도착한 그 곳은 고향집만큼이나 반갑고 정겨웠다. 첫날, 배낭 무게에 제법 고생을 했던 지라 가지고 간 음식을 최대한, 먹을 수 있는 만큼 꺼내 먹었다. 한여름 늦더위에 지친 우리들에게 지리산은 가을을 선사해주었다. 서늘하고 맑은 가을과 함께 피곤한 몸을 뉘이고 어느 틈엔가 깊은 잠에 빠졌다.   



(끝없이 펼쳐진 지리산 산자락 2013/08/31)

 

 

둘째날은 그야말로 지리산 산자락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온전히 하루를 보냈다. 아침 먹고 연하천대피소를 출발하여 세석까지, 10 Km 정도를 걸으면 되었다



(벽소령대피소의 구름 2013/08/31)


시간도 넉넉하니 유람 삼아산행을 하면 되려니 생각했던 건, 산을 쉽게 생각한 등산 초보의 오산이었다. 벽소령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하늘과 구름에 취해 잠시 소풍같은 즐거움에 빠졌지만, 곧 험난한 코스가 이어졌다. 지리산 능선은 평평해서 쉽다던, 남들의 경험담은 모두 등산 고수들의 평가였던 가보다. 산은 결코 쉽거나 만만하지 않았다. 험난한 코스가 이어지는 산행에 땀을 쏟아내며 지쳐갈 때 즈음에, 세석 대피소에 도착했다. 세석 대피소는 삼겹살집 같았다. 테이블 잡고 다들 삼겹살을 굽고 찌개를 끓이며 왁자지껄 그날의 산행 얘기로 피로감을 날려 보내고 있었다. 그건 마치 기름 찌든 때를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닦아내면 말끔해지는 것처럼 하루 종일 산길을 걷는 것의 고단함을 거둬들이는 주문처럼 들렸다.



(세석평원의 들풀과 들꽃들 2013/09/01)


다음날 새벽, 길을 나서는데 세석 대피소에 눈썹 달과 별이 너무나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별자리 이름은 잘 모르지만 옆 팀의 사람들이 오리온 자리라고 했다. 그래, 지리산의 하늘에서 내가 바란 것은 바로 이것 이었다싶었다. 그러나, 지리산은 그 이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물론 세석 평원의 들풀과 꽃들도 아름다웠고, 장터목을 지나 천왕봉에 오르는 동안 감탄이 절로 나는 모습들이 있었지만, 안개와 구름으로 떠오르는 태양도 가려 버렸고 능선의 물결도 보기 힘들 정도로 마음을 닫고 있었다.




(천왕봉 오르는 길 2013/09/01)


그래도 고마웠다. 삼일 동안 함께 해준 그 넉넉한 품은 정말로 푸근했다. 언젠가, 다시 또 당신께 오리라. 사는 게 힘들 때, 마음이 답답할 때, 기력이 쇠할 때, 저절로 눈물이 날 때, 당신과 함께 했던 구석 구석, 장면 장면을 기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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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산, 비밀의 정원을 오르다.

산에오르기 2013.08.09 12:00

이 글은 슬로우뉴스(http://slownews.kr/12984)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사람을 만나도 얼굴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써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알 듯 모를 듯, 만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귀공자처럼 생겼는데 단호하고 터프한 사람도 있고 우락부락한 아저씨가 마음은 여리기만 한 경우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번에 드러나는 사람 보다는 잘 모르겠는 사람에 호감을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일까, 한달 전 다녀온 화악산이 무척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고 있다.



화악산을 사람에 비유하자면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영화 아저씨의 주인공 원빈같다고 하겠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한 눈빛, 수려한 용모의 주인공에 빠져 영화에 집중하듯이, 화악산도 신비스러운 매력에 이끌려 그 힘든 산길을 어쨌든 꾸역꾸역 오르게 된다.  


경기 오악중 으뜸


화악산은 경기 오악 중 으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오악의 자가 말해 주듯 바위가 많고 험한 산을 상상할 수 있는데, 그 중 으뜸이라니 오르기 만만치 않겠다는 게 이 산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높이도 1,468 미터. 결코 쉽게 생각할 높이가 아니다. 과연 그랬다. 쉽지 않은 산, 오르기 힘든 산. 그런데 이 산의 매력은 등산로가 좁고 좁은 산길 옆으로 풀과 나무가 울창해서 산길을 오르며 마치 그 길 끝에 비밀의 정원이 나타날 것 같은 신비로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화악산에 오르기 위해 경기도 가평군 북면 관청리에 도착했다. 이 정도 높이의, 규모 있는 산이면 등산로 입구가 잘 정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식당도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야 정상일 텐데 등산로 입구 찾기가 어려웠다. 그 곳 지리에 밝은 관청리 주민에게 물어 물어 겨우 출입 제한구역표지가 붙은 철문을 열고 이 비밀스러운 산에 한발 들어섰다. 왼쪽으로는 풍성하게 흐르는 계곡 물이 시원한 합창곡을 만들어내고 조금 과장하자면 정글처럼 우거진 숲에 좁다란 길이 하나 흐르고 있다. 바로 목적지인 화악산 정상 중봉으로 안내해주는 길이다. 보통의 산에서 볼 수 없는 신비스런 광경에 끌려 한걸음씩 안개 속으로 모습을 가리듯 빽빽한 숲으로 숨어 들었다. 얼마를 더 가니 등산로 옆 풀과 나무가 더욱 우거져 두 팔로 나뭇가지를 헤치고 나아가야 했다. 우거진 숲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풍성하게 모여 있어, 이 곳은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산으로도 손꼽히다.



(좁다란 등산로 옆으로 울창한 풀과 나무를 헤치며 오른다. 2013/06/29)

 


안개속을 걷듯 비밀에 다가서다


보통의 산을 오를 때와는 달랐다. 산을 오르며 볼 수 있는 저 멀리 걸려있는 한 폭의 그림같은 바위들을 감상하거나, 그 바위들을 타고 오르는 맛이 일반적으로 산이 주는 맛이라면, 화악산은 내 손을 잡고 이끄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좁은 등산로를 따라 안개 속을 걷듯이 한걸음 한걸음 비밀에 다가서는 다소 신비로운 맛이 있다.



화악산의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맛은 다른 곳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독특함이 있었으나 문제는 산이 너무 험해서 정말 힘들다는 것이다. 등산로 입구를 조금 벗어나면 합창곡 같았던 계곡의 물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그 때부터 산은 본격적으로 가파른 오르막길을 던져 준다. 여전히 등산로는 좁고 풀은 무성하다. 깔딱고개라 할 수 있는 난코스를 몇 번을 넘고서 삼거리에 도달했다. 이 곳에서 다리도 쉬고 과일도 먹으며 1.7키로쯤 남은 중봉으로 향할 힘을 비축하고 있었다. 나무 의자에 걸터 앉아 있는데 커다란 나비가 날개짓을 하고 있었다. 신기한 모습을 동영상에 담고 사진을 찍고 주변을 어슬렁 거려도 이 나비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치 내 아이폰에 모델을 서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듯했다. (화악산 산행기를 적은 블로그 글을 읽다가 다른 곳에서 내가 놀았던 나비와 똑 같은 모양의 나비 사진을 올린 것을 발견했다. , 진정 화악산 터줏대감 나비였던가 보다)



(화악산 터줏대감 나비. 2013/06/29)


나비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원래 화악산 정상은 군사시설이 있어 들어가지 못하고 중봉이 등산객들에게는 사실상의 정상 역할을 했다. 이제까지 올랐던 길이 워낙 험하고 힘들어 이제부터 정상까지는 가벼운 능선길이겠거니안심했던 건 나의 커다란 실책이었다. 조금도 더 수월하지 않는 길이었다. 화악산은 그렇게 정상까지 가파른 경사의 오르막이 계속 이어졌다. 그래도 숲이 울창해 아무리 더운 날에도 땡볕을 직접 만나지 않고 그늘에서 산행을 할 수 있다는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드디어 중봉에 올랐다! 2013/06/29)

 


어려움을 견뎌 본 사람은 뭔지 모를 자신감이 생긴다. “세상아, 다 덤벼봐라!”하며 어깨를 활짝 열어 젖힐 수 있다. 화악산은, 등산인들에게는 어드밴스드 코스임에 틀림없다. 어려운 길을 오르고, 내릴 무렵에는 아픈 다리 근육 사이로 뿌듯함은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해냈다는 그런 기특함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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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산행기 - 선굵은 바위들의 매력

산에오르기 2013.08.02 11:54

이 글은 슬로우뉴스 '산이야기'(http://slownews.kr/12782)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내가 왜 그토록 그 곳에 가고 싶어 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지난 가을, 여행 다녀온 누군가가 SNS에 올린 사진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바위가 멋진 한 장의 사진에 반했었나 보다. 언제부터인지 주왕산은 내 산행 위시 리스트에 올라있었다. 오래 벼르다 얼마 전 드디어 주왕산에 다녀왔다.


참 이상한 산이다. 매력적인 산이다. 바위와 폭포의 어우러짐이 환상적이다. 그렇지만 바위와 폭포가 아름다운 산으로 대표라 할 수 있는 설악산에 비하면 그 규모는 왜소하다. 주왕산 정상까지 721 미터. 정상은 그저 애피타이저(Appetizer)일 뿐이다. 혹은, 등산코스를 잡기에 따라서는 디저트(Dessert)가 될지도 모르겠다. 주왕산의 참 맛은 폭포와 바위가 어우러져 펼쳐 보이는 학소대 ~ 1폭포까지의 풍광이다. 멋진 경치 뒤에 정상 등반이라는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자그마한 산이 품고 있는 장광이 놀랍기도 하다.  



    (대전사에서 바라본 주왕산표바위 2013/07/20)

 

주왕산국립공원 입구에서 조금 올라가면 대전사가 나타난다. 주왕산의 느낌을 보여주는 안내소같은 곳이다. 규모는 작은 절이 단아하고 기품이 있다. 법당 위로 솟아있는 바위는 주왕산표바위 그대로다. 이 곳에서 주왕산 정상을 애피타이저로 할 것인지 디저트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면 된다


유람파가 아닌 등산파인 나는 당연히 주왕산 정상을 먼저 올랐다. 초반에 계단과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이내 능선이 나타난다. 한시간에 일, 이십분을 더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어렵지 않게 올라서일까, 정상이 주는 감흥도 그리 크지 않다. 평지에 달랑 주왕산비석하나가 어색하게 서있을 뿐이다.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정상을 벗어나면 내리막 능선길이 이어진다. 이 곳에서 후리메기 삼거리로 향한다. 2.5 킬로에 이르는 거리. 약 한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내려가다 보면 계곡물이 좋다. 물 색이 갈색을 띠는 게 특이하다. 갈색 빛 물에 자세히 보면 새끼 손가락 만한 물고기들이 노닌다. 그늘은 시원하고 물소리는 경쾌하다. 주왕산은 흔히 가을 단풍이 멋지다고 하는데, 여름의 시원함도 결코 뒤지지 않을 듯싶다. 별 다섯 개!


후리메기 삼거리쯤 도달하면 슬슬 진력이 난다. 언제쯤 폭포가 나타나는 건지삼십분은 더 걸어야 제 3폭포(용연폭포)로 올라가는 길과 제 2폭포 (절구폭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날 수 있다. 주왕산에 가기 전 어느 블로그의 글을 읽으니 주왕산에 폭포가 세 곳이나 있으니 굳이 올라가서까지 폭포를 볼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제 3폭포는 건너뛰고 바로 2폭포로 향했다는 구절이 있었다. 3폭포를 가보면 알게 된다. 얼마나 큰 실수를 한 것인지를. 주왕산에 대한 감탄은 바로 제 3 폭포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주왕산 용연폭포 2013/07/20)

 

용연폭포는 이단으로 흘러 내리는 규모가 큰 폭포다. 상단 폭포 옆에는 둥그런 굴이 두 개 버티고있다. 두 개의 굴을 보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절규가 떠올랐다. 하단 폭포 아래에 서면 이단으로 흐르는 폭포의 초상화를 잡을 수 있다. 꽤 규모가 있고 인상적인 모습이다.

그에 비해 제 2폭포 절구폭포는 물줄기도 가늘고 규모도 작다. 대신 폭포 앞으로 계곡이 이어져 소풍 나온 가족들이 물장난 치며 자리잡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절구폭포 앞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고 설렁 설렁 내려가다 별 준비없이 제 1폭포를 만났다. 나는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폭포 때문이 아니다. 폭포를 둘러싸고 있는 몇 백미터 구간의 바위와 하늘의 어우러짐이 예술이었다. 우리 산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바위들이었다.



( 1폭포 ~ 학소대 구간. 2013/07/20)


 

선이 굵게 하늘을 향해 솟아난 바위가 바로 눈 앞에 딱 버티고 있었다. 대개 우리 산에서 선이 굵은 바위들은 한 걸음 떨어진 곳에 병풍처럼, 그림처럼 걸려 있는 게 보통이었는데, 주왕산의 바위들은 조형물처럼 앞에 버티고 서 있다. 가본 적은 없지만 사진으로 보았던 중국의 산세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주왕산에는 선이 굵은 바위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2013/07/20)


당나라 때 주도라는 사람이 스스로 후주천왕이라 칭한 뒤 당나라와 싸움을 벌이다가 크게 패한 뒤 쫓겨 다니다가 마지막으로 숨어든 곳이 바로 주왕산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중에서 발췌). 주왕이 살았던 곳이라는 전설이 만들어 진 것도 이곳의 산세가 중국 산과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주왕산은 인근에 탄산 약수로 유명한 달기약수터, 인공 저수지로 만들어진 주산지 등 볼 것이 많다. 여름 휴가지로 가을 단풍 산행으로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이다. 비록 산행 1년밖에 안됐지만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산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호수의 반영이 멋진 주산지 2013/07/21)

 

▶ 등산코스 : 등산코스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것이 대전사 ~ 주왕산 ~ 후리메기 삼거리 ~ 2폭포 ~ 1폭포 ~ 대전사로 돌아오거나 코스를 반대로 하여 대전사에서 제 1폭포부터 시작하여 주왕산에 오르는 코스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구간이며 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 먹을것 : 주왕산 입구에는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전, 두부, 도토리 묵, 막걸리 등을 판다. 그러나 주왕산의 특징적인 음식은 달기 약수로 끓인 백숙이다. 파르스름한 빛깔을 내는데 맛은 일품이라고. 그밖에 산나물이 좋아서 산나물 전도 특이한 맛을 낸다. 여름철에는 복숭아, 가을에는 사과가 유명한 곳이다.


▶ 교통 : 열차나 버스를 이용, 안동이나 대구에서 청송으로 가서 주왕산행 시내버스 (20분 소요)를 이용한다. 동서울터미날에서 주왕산행버스(4시간 소요) 1 7회 운행한다. (‘한국의 산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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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오악 (1) 운악산 - 바위를 오르는 참맛을 느끼려면...

산에오르기 2013.07.15 13:44

산은 어디나 저마다 개성이 있고, 즐거움이 있고, 오르는 맛이 있다. 웅장한 산은 웅장한대로 소박한 산은 그런대로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오늘 내가 만나는 산의 그 나름대로의 맛을 발견하는 것이 등산하는 참 재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또한편으로는, 종종 험난한 바위산을 "빡세게" 올라야 그것이 산에 오르는 맛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주변에 워낙 바위산이 많고, 워낙 파란만장/스펙터클한 사회에 살아서 그런 것일까... 



만약 험난한 바위산을 척척 (사실 헉헉 대며) 올라야 산행의 참 맛이 있다고 느낀다면 운악산을 강추한다. 운악산은 '경기 오악'에 속하는 산이기도 하며 경기의 설악이라는 별칭이 있다. 그만큼 바위가 빼어나게 아름답다.   



<운악산 등산코스 - 운악산 홈페이지에서 퍼옴>



운악산 등산은 가평군 하면 하판리 두부마을에서 시작한다. 주차장이 있고 그 위에 두부 마을이 형성돼있다. 두부마을까지 올라가지는 못하고 주차장 근처에서 두부 한모를 샀더니 김치와 간장, 두부 모두 국물이 흐르지 않게 포장을 해주었다. 두부마을에서 시작해서 등산로로 접어 들면 한참 아스팔트 길을 걷게 된다. 그런데 그 아스팔트의 경사가 예사롭지 않다. 초입부터 힘든 산행이 시작된다. 



1킬로쯤 가다가 오른쪽 등산로로 접어 들었다. 역시 가파른 길이 시작되지만 그래도 아스팔트 보다는 낫다. 오르는 길은 내내 가파른 오르막에 바위에 박아놓은 쇠징에 매달려 네 발로 오르는 유격 코스가 계속된다. 특히 더운 여름에는 땀이 비오듯 흐르니... 아, 힘들고 고단한 산행... 



얼마간 오르고 나면 슬슬 바위의 자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눈섭바위, 병풍바위, 미륵바위 등 평범한 이름의 바위들이 평범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수줍게 드러낸다. 설악산에 비하기에는 바위의 규모가 작지만, 바위들 하나 하나의 아름다움을 보면 그 비유가 크게 틀리지는 않았다는 생각. '경기의 설악 인정!' 



<힘들게 바위를 올라 잠시 쉬며 찍은 병풍바위>




<미륵바위를 지나 전망대에서 찍은 미륵바위 - 경사가 만만치 않다>



6월초였지만 날씨는 더웠고 물을 계속 마시며 올랐지만 약간의 탈수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힘이 들었다. 그래도 인증샷 만큼은 폼나게!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절고개 쪽으로 가다가 코끼리 바위 - 현등사 방면으로 내려왔다. 





현등사 법당에 앉아 미운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무심함'을 간절하게 구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나는 측은한 그를 기억속에 지웠고, 미워하는 마음도 색이 바래 이제 아무런 힘도 갖지 못하게 됐다. 



산에 오르면, 내 마음이 무엇 때문에 번잡한지를 또렷이 알 수 있다. 머리를 비우고 오직 마음을 어지럽히는 한가지가 가뿐 숨을 내쉬는 내 안에서 불쑥 불쑥 솟아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땀과 바위와 한바탕 싸우고 나면 뻥 뚫리는 시원한 기분을 얻을 때가 있다. 그래, 그래서 산에 오르나 보다. 



운악산을 다녀오니 경기도 인근의 멋진 산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의 산행은 계속 될 것이다. 그것 만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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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의 뒷모습

산에오르기 2013.03.19 12:46

사랑하는 사람의 뒷모습은 늘 안쓰럽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과 미소는 따뜻하지만 나와 멀어지는 어깨와 등에는 세월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런데 뒷모습을 보고 안쓰럽고 애처로워 하는 것은, 정말 그를 사랑한다는 증명이기도 한 것같다. 웃는 얼굴이 사랑을 발화시키는 힘이 있다면 쓸쓸하기까지 한 뒷모습은 그것을 숙성시키는 무게가 있다. 


서울의 자랑, 북한산을 예닐곱번 오른 후에야 나는 북한산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뒷모습까지도 사랑하게 되었다. 



 


구파발역을 지나 송추 쪽으로 조금 가다가 밤골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얼마간 흙길을 걷다가 45도 경사의 바위를 오르는 구간이 계속 되더니 드디어 숨은벽 능선이 눈 앞에 펼쳐졌다. 저 멀리 인수봉 - 망경대 - 백운대의 삼각산이 보이고 숨은벽은 마치 사진틀의 받침대처럼 삼각산을 떠 받들고 있는 듯했다.



 


바위 능선을 오르고 오르면 맨 몸으로는 오를 수 없는 대슬램이 나타난다. 옆길로 다시 내려가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가파른 계곡길을 한 참 올라야 백운대로 갈수가 있다. 백운대를 떠받들고 있는 뒷벽은 그야말로 치장하지 않은 험준한 계곡 그대로 였다. 제대로 서지 못하고 네 발로(?) 한 참을 오른 후에야 계단이 나타났는데 가파른 계단이 그토록 반가운 것은 등산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었다. 계단을 지나 위문에서 백운대로 향하는 등산로와 만나니 그 곳에는 또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곳은 따뜻한 햇살이 번져 북한산의 웅장한 백운대 바위 마저도 환하게 미소짓는 것처럼 보였다.





백운대는 늘 사람들로 넘쳐나고 인증샷 찍고 삼삼오오 모여서 도시락 까먹는 모습이 정겹다. 백운대에서 우리가 걸어온 숨은벽을 다시 보았다.





감탄이 나올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운 능선. 그 길을 걸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해졌다. 


북한산의 뒷모습을 함께 한 느낌은 신선했다. 그늘진 그곳에는 삼각산으로 향하는 열망이 뻗어 있었고, 그 열망은 한번에 이룰 수 없어 우회할 수밖에 없었으며 오르는 길은 가혹했다. 마치 사랑하는 이의 뒷모습에서 볼 수 있는 삶의 무게와 고단함과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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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백운대, 두번째 오르다

산에오르기 2013.02.03 11:45

세상을 살면서 좋은 일을 하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건강해지기 위해서'라는 그럴 듯한 이유가 있지만 내가 정말 산에 다니는 이유는, 그냥 좋아서 인 것같다. 뭐가 좋으냐고 주변에서 묻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산에 오르면 늘 힘들고 땀나고, 물론 다리도 아프고, 또 때론 넘어질 수도 있는 만큼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 나면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지난주에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오랜 감기 뒤 끝에 경미한 부상까지 있어 어깨가 뭉쳐 있었다. 며칠을 버티다가 금요일 퇴근후 침을 맞았다. 아프면 토요일 산행에 무리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사실 침 맞는 것을 그렇게 싫어 했지만...) 침맞는 괴로움 쯤이나 감수할 수 있었다.

 

대신 무리가 가지 않는 등산코스를 택하기로 했다. 북한산. 도선사에서 시작해서 하루재에서 영봉에 올랐다가 백운대 다녀오는 3-4시간 정도의 코스.

 

북한산에는 벌써 봄이 오고 있었다. 어제 날씨가 포근하기도 했지만 눈 덮인 바위틈으로 흐르는 물들은 힘차게 봄을 합창하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그 진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산중독에 이르게 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봄이 오는 북한산

 

 

도선사쪽에서 1키로 남짓 올라가면 하루재가 나온다. 이곳은 이른봄과 겨울이 갈리는 곳. 하루재 남쪽으로는 따뜻한 날씨에 힘입어 봄이 기지개를 펴고 있지만 북쪽으로는 아직 눈과 빙판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루재는 또 영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갈라진 곳이기도 하다. 하루재에서 영봉에 먼저 올랐다. 북한산의 세 봉우리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의 하나인 인수봉의 모습을 가장 멋지게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과연 그랬다. 담백하게 솟은 인수봉이 증명사진 찍듯이 나를 향해 정면의 얼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뒷 배경으로 펼쳐지는 산자락들도 너무나 멋졌다. 감탄, 탄성.

 

 

다시 하루재로 내려와 백운대로 향했다. 등산로가 얼어있고 곳곳이 가파른 경사에 바위로 이어져서 결코 쉽지 않았다. 헉헉 거리며 겨우 백운대에 올랐다. 그래도 만경대에 흐드러지게 핀 눈꽃을 멀리서 감상하다 보니, 거친 숨과 땀이 그대로 보상을 받은 듯했다.

 

 

 

 

 북한산 백운대를 오르는 길은 크게 보아 두가지이다. 지난번에 올랐던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오르는 길은 약 3.4키로 정도로 두시간 반 쯤 걸린다. 이번에 오른 우이동 코스는 도선사입구에서 2.1키로 정도 되는 길로 대략 한시간 반을 잡는다. 선택한다면 어느 길로 오를 것인가? 좀 긴 구간이라고 결코 쉽지는 않다. 아무래도 전반적인 경사도는 덜하겠지만 길이 길면 그만큼 힘이 든다. 짧은 구간은 그야 말로 "빡세게" 올라야 한다. 평상시 성격에 따라서 각기 다른 길을 선택하며 산다. 하나의 목적지 '백운대'에 오르기 위해 북한산성입구냐, 도선사 입구냐, 매번 선택을 해야하는게 우리네 인생이 아닌지... 쉽지 않았던 하산길에 든 생각이었다. 그래, 어떤 길을 가든 '백운대'에 오르면 된다. 꼭 한가지 길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산은 때로 인생의 큰 가르침을 준다. 어쩌면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 산을 가는 것보다, 마음이 건강해지기 위해 기를 쓰고 산에 오르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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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산행 총정리

산에오르기 2013.01.23 18:48

초보 등산 애호가의 겨울은 분주했다. 겨울이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눈꽃이 손짓하는 산을 따라 나섰다. 겨울산은, 과연 달랐다. 나는 때로 겨울산을 보며 쓸슬했고, 황홀했고, 몽환적인 광경에 넋을 놓기도 했다. 여름, 가을 산에서는 보지 못했던 맛과 아름다움, 그리고 매력이 그곳에 있었다. 


그러나, 눈 덮힌 산, 등산화에 아이젠을 덧신고, 여러겹 옷을 입었다 벗었다, 바람과 싸우며 산의 손짓을 따라 다니는 일은, 사실 고단했다. 머리카락이 얼어 붙고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듯 시린 추위도 오랫만에 느껴 보았다. 산에 쌓인 눈은, 나무에 눈꽃으로 피어 있을 때는 감탄할 만한 아름다움을 선사했지만 발을 잘 못 내딛는 순간 나를 끌어 당기는 늪과도 같았다. 산을 내려올 땐 늘 힘들고 지쳤으나 이내 돌아서서는 또 눈꽃을 찾아 헤매게 만드는 마력은 충분했다.


이번 겨울 산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떤 산들은 다른 계절보다 겨울에 훨씬 더 등산인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을. 태백산이 그랬고 오대산 줄기인 계방산이 그랬다.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눈이 풍성하게 내려 더 많은 사람들이 눈꽃 활짝 핀 산을 즐길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눈꽃 산행의 맛, 미처 산으로 달려가지 않은 블로그 친구들과 나눠보고 싶다. 



겨울 산행지로 사랑받는 태백산



겨울 눈꽃 산행지로 손꼽히는 태백산. 주목 군락지에 핀 눈꽃은 언제봐도 감탄이 절로 난다. 










그리고 눈이 땅에도 내리고 하늘에도 오르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통 눈빛으로 뒤덮였던 월악산. 그곳에서는 모든 사진이 흑백이었다. 









그리고 계방산.





눈꽃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다시 눈꽃 산의 품에 안기고 싶다....


덧_ 사실 이 계절에는 꼭 눈꽃으로 유명하다는 산을 가지 않아도 된다. 가까운 북한산만 올라도 멋지고 화려한 눈꽃을 구경할 수 있으니까! 


겨울 눈꽃산행에 대해 LG CNS에 기고한 글 "추위를 잊게하는 고고한 즐거움, 겨울 눈꽃산행"

겨울 산행에 대한 팟캐스트 '산으로 간 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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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 고행기

산에오르기 2013.01.08 09:00

월악산 '산행기'가 아니라 '고행기'라 해야 맞다. 평소에도 '악'소리 난다는 월악산을 그것도 눈내리는 겨울에 올랐다는 것은, 의도하지는 않았어도 고행을 통한 인내심 기르기의 목적이 다분히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 했다. 


월악산은 참, 인연이 엇갈리는 곳이었다. 한참 전에 겨울에 수안보 온천엘 갔다가 월악산을 가려고 했으나 아이젠없이는 가당치도 않다고 해서 포기한 적이 있었고 지난 11월에도 월악산을 가려고 계획을 세우다 불발된 적이 있었다. 그럴 때는 갑자기 가는게 최고라는 전혀 논리적 근거없는 생각에, 12월 크리스마스 전에 토요일 무작정 길을 떠났다. 


월악산 마애불

덕주골에서 시작해서 덕주사 - 마애불 - 960 고지 - 송계 삼거리 - 영봉 - 송계 삼거리 - 동창교 에 이르는 왕복 약 10 Km의 코스. 마애불을 지나니 급격하게 코스가 험해졌다. 월악산하면 누구나에게 떠오르는게 '공포의 철계단'. 경사 45도의 계단, 그것도 일반 보폭으로 오르기에는 높은 계단들이 이어진다. 눈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계단을 헉헉거리며 힘겹게 오르고 겨우 숨을 고를 즈음, 고난이도의 계단이 다시 나타난다. 그것을 오르고 나면 또다시 오르는 식이다. 끝없이 계단을 오르고 나면 오르락 내리락 길이 이어지고, 연이어 다음 계단이 이어진다. (영봉까지 계단은 계속된다. 쭈욱~!) 그런데, 계단을 오르다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면 경치는 정말, 숨이 멎을 정도로 좋다. 바위산으로 조각된 산세에 소나무는 멋드러지게 뻗어있고 거기에 눈이 풍성하게 내려 앉았다. 와우! 정말 장관이다. 하.지.만... 이런 멋진 경치로 산행의 고단함을 떨치기에는 너무 힘들다. 




그렇게, 그렇게 영봉에 올랐다. 감격스러운 인증샷. 빵부스러기 같은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고, 어딜 보나 멋진 풍광이지만 사진을 찍으면 흑백사진같다. 


영봉에서 조금 내려와 덕주골에서 산 도시락을 열었다. 추위에 에너지를 쏟아부어 배는 고팠지만 얼어붙은 밥덩어리는 삼키기 어려웠다. (월악산 다녀와서 당장, 보온 도시락을 주문했다... -_-)


송계 삼거리에서는 동창교 코스로 조금 짧은 하산길을 택했다. 춥고 배고프고 고단한 산행의 마무리를 겨우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긴장하지 않으면 다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무사히 내려와 원래 출발지였던 덕주골 산장으로 향했다. 덕주골 산장은 식당겸 민박을 하는 곳이었는데 직접 두부를 만들고 있었다. 덕주골 산장에서 두부김치와 막걸리 한잔! 새로 만든 손두부는 정말 맛있었다. 얼고 지친 산행을 충분히 녹여줄 만큼. 월악산 산행 하시는 분들께 강추! (덕주골 산장 043-653-8352) 월악산 등반 후 다음 코스는 수안보 온천을 강추한다! 따뜻한 온천이 마음과 몸을 풀어줄 것이기에. 그렇게 다음 산을 오를 원기를 얻을 수 있기에. 


산행에 대한 정담을 나누는 팟캐스트 '산으로 간 줄리아' 도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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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등산인의 비교 체험 : 청계산과 북한산

산에오르기 2013.01.07 12:03

서울 인근에 살면서 처음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산 가운데 청계산과 북한산이 있다. 물론 두 산은 규모 면에서 비교도 안된다. 청계산은, 많은 사람들이 표현하기를 '동네 앞산'이다. 반면 북한산은 '국립공원'의 위용이 곳곳에 서려있다. 


            (초보 등산인의 벗, 청계산 매봉)


청계산은 주로 다니는 매봉이 대략 582 미터, 가장 높다는 만경대가 618 미터이고 북한산은 백운대가 836 미터이다. 북한산이 물론 훨씬 가파르고, 게다가 바위가 많아 훨씬 오르기 힘들다. 반면 오르고 나면 산세와 경치가 일품이다. 동네 앞산 청계산에는 비할바가 못된다. 


(한시간 반만 투자하면 볼 수 있는 북한산의 멋진 산세)


그러나 어쨌든 북한산이나 청계산 모두 서울 인근에서는 대표적인 등산지임에 틀림없다. 최근 몇달 등산에 맛들인 나는 지난해 연말 마무리 산행을 청계산으로 다녀왔고 올해 신년 산행을 북한산으로 다녀왔다. 두 산 모두 몇번씩 반복해서 가는 '즐겨찾기' 목록에 속해있다. 연이어 두 산을 다니다보니 두 산의 재미있는 특징이 보였다. 초보인 내가 두 산에 대해 비교 체험을 정리한다고 해서, 산세나 지형에 대한 것은 결코 아니다. 좀 더 등산 문화적인(? 이런 용어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비교라고나 할까... 


일단 청계산은 북한산에 비해 패션이 살아 있다. 연령면에서 훨씬 젊다. 청계산에는 한 눈에 보기에도 젊은 에너지를 주체하기 힘들어 보이는 20대의 젊은 남녀가 많다. 등산복도 현란하다. (청계산이 그리 규모가 있는 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청계산 입구에 늘어서있는 등산복/용품 전문매장의 규모만 보아도 청계산의 패션의 수준을 알수 있다) 


또한 청계산의 특성은 오가는 대화에서도 알수 있다. 대체로 IT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많은 듯하다. 늘 느끼는 거지만 오가는 대화에서 새로운 기기나 디지털 기기의 업그레이드 얘기가 눈에 띈다. (아이패드 미니 거치대가 어쩌고 저쩌고, 이번에 개인용 클라우드를 장만했는데 어쩌고 저쩌고.. 등등) 상당히 전문적인 수준의 대화들이 오간다. 혹은 연말정산이 어쩌고 저쩌고, 전체 환율동향이 어쩌고 저쩌고... 등등 산에서 나누기에는 심오한 대화들도 들린다.  


반면 북한산은 뭐랄까, 좀 더 '오타쿠적'인 면모를 보인다. 열심히 산에 오를 때면 꼭 하산중인 고수들을 만나게 되는데, 눈 덮인 산길을 아이젠도 신지 않고 나무 막대기 하나 들고서 거의 뛰듯이 내려오는 반백에 멋진 수염도 있는 노장의 모습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겨울에는 어렵지만 봄-가을에는 거의 완전무장에 가까운 배낭을 메고 뛰어다니는 산사나이의 모습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북한산이다. 


또한 북한산에서는 근 20키로에 달하는 거리를 종주코스로 삼아 바람처럼 능선을 누비고 다니는 진정한 '고수'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난 늘 북한산을 헐떡 거리며 오를 때마다, 고수들을 만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북한산은 고수들의 산이다. 나같은 초보는 그저 흉내만 낼뿐... 


지난 토요일에는 북한산을 독바위 역 부근에서 시작해서 족두리봉 - 향로봉 - 비봉 - 사모바위 - 문수봉에 이르는 종주 코스의 반 정도 되는 거리를 독파했다. 사실 초보에게, 더군다나 겨울 산행은 무리였나보다. 다녀와서 거의 기진맥진... 심지어 입술이 부르트는 고난을... OTL 그래도 북한산은 꿈꾸게 한다. 언젠간, 저 멋진 봉우리들을 다 넘어 보리라...


그런 점에서 청계산은 위안과 편안함을 주고 북한산은 결기와 다짐을 선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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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눈의 품에 안기자! - 태백산 산행기

산에오르기 2012.12.09 22:03

겨울산을 보고 싶었다. 겨울은 산의 나무들이 그동안 자신을 꾸며 주었던 나뭇잎을 모두 던져 버리고 가장 겸손해지는 계절이다. 우리를 힘겹게 키우신 어머니 손등에 핏줄이 불거지듯 멀리서 보면 산의 뼈대와 근육이 다 드러난다. 앙상하고 스산해 보이는 겨울산이 치장을 하는 건 함박눈을 만났을 때이다. 나뭇가지에, 줄기에, 바위에, 등산로에 눈이 얹혀지면 겨울산은 살아난다. 한 여름 녹음의 풍성함이나 가을 단풍의 화려함과는 다른 화사함과 고고함으로 빛난다. 산세가 주는 위용과 포용에 고상함이 얹혀진 산과 만나고 싶었다. 내가 설산을 가고 싶었던 이유였다. 


지난주엔 전국적으로 대설주의보가 내려져 눈이 정말 소담스럽게 내렸다. 일주일 내내 '산이 정말 예쁘겠구나...' 마음에는 품고 있었으나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갑작스레 금요일에 결정을 내렸다. 태백산으로 고! 고! 


그래서 어제 하필, 전국적으로 가장 춥다는 날에 태백산에 올랐다. 



눈은 풍성했고 워낙 날이 추워서인지 등산객도 그리 많지 않아 좋았다. 단 한가지 단점이라면 추워도 너~무 추었다는 것... 옷을 겹겹이 껴입고(한 다섯 겹쯤!) 오르다 보니 추위는 견딜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땀이 조금 나니 머리 카락들이 얼기 시작했고 바람에 눈물이 조금 나는 듯하더니 눈섭에 얼음이 느껴졌다. 태백산 천제단에 올라 사진을 찍는데 잠시 장갑을 벗는 순간 손이 곱아 손가락 끝이 떨어져 나가는 것만 같았다. 그 뿐아니다 조금 후에는 아이폰이 추위에 질식사를...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에서 복면 인증샷! 


그래도 그 추위를 뚫고 올라간 덕에 그토록 보고 싶었던 산의 화사하고 고고한 자태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태백산의 절경, 주목의 화려함.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태백산 눈의 품에 안겼다. 얏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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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산 금오산 오르기와 향일암에 떨군 소원 한마디

산에오르기 2012.11.26 18:52

사람을 만나다 보면 누구에게나 매력이 있다. 키크고 멋진 외모가 아니라도 말이다. 첫 눈에 선해보이는 인상도 있고 못생겼지만 웃을때 들어가는 보조개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얼굴도 있다. 진실해 보이는게 매력인 사람도 있고 늘 웃게 만드는 말솜씨가 장기인 사람도 있다. 


사실 산도 마찬가지다. 산세가 웅장하고 모두를 품을 것같은 산이 아니더라도 아기자기한 자기 만의 개성이 있는 산은, 정겹다. 그리고 산을 내려온 후에도 미소짓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지난 주말 여수 여행을 갔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향일암을 구경가려고 오른 곳이 금오산(323M)이다. 향일암은 여수에서도 바다와 가장 닿아있는 끝부분에 자리하고 있다. 향일암이 있는 곳이 바로 금오산이다. 나즈막한 산자락이지만 금오산은 개성 만점에 매력이 가득하다. 



첫번째 매력은 바다와 접한 산이어서 산마루에 올라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 가슴이 탁 틔인다는 것. 바다를 끼고 어디를 가도 섬과 바다가 보이는 여수에서도 가장 멋진 풍광을 선사하는 장소 가운데 하나이다. 



두번째 매력은 금오산의 바위이다. 대부분의 바위가 마치 거북등처럼 갈라져있다. 그 바위가 자연적으로 생성되었다니... 역시 자연은 오묘하고 신비하다. 


바위를 보며 감탄하고 바다를 보며 탄성을 지르니 어느새 정상에 올랐다. (소박하게 앉아서 인증샷!)



내려오는 길에 향일암에 들렀다. 향일암은 우리나라의 수 많은 절들 가운데 유명한 기도처로 알려져있다. 산의 바위를 그대로 살리면서 절이 들어 앉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향일암에서는 모든 법당을 돌며 삼배를 했다. 한가지 간절한 소원을 빌었다. 절박한 마음으로... 


소망하는 것은 얼마나 절박하게 원하느냐에 따라 성취가 달라진다고 믿는다. 살다 보면 경험이 쌓이고 세상에 적응하면서 절박함이 무뎌지기도 한다. 오랫만에 과거로 돌아가, 절실하게 소원을 빌었다. 그 마음이 하늘 어딘가에 닿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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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에 가면 도를 닦아야지!

산에오르기 2012.11.21 19:11

계룡산과의 만남은 시작부터 우연이었다. 원래는 월악산행을 계획하다가 숙소 때문에 목표를 계룡산으로 바꾸었다. 내심, 계룡산은 친근한 산인데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생각에 월악산을 가지 못한 서운함도 있었다. '갑사가는 길'이라는 수필로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동학사, 갑사와 같은 유명한 절이 있는 산이고 한국 4대 명산이라고 일컫을 정도로 잘 알려진 산이다. 게다가 대전 부근이어서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등산 'wish list'에는 들지 못했다. 그러나, 산이 있어 오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산이 있으면 나는 오른다. 


들머리는 동학사에서 시작했다. 동학사는 깔끔하고 정돈된 절이었다. 동학사에서 은선폭포 - 관음봉을 거쳐 자연성능 - 삼불봉 - 남매탑 - 갑사로 이어지는 제법 긴 구간을 코스로 잡았다. 동학사에서 은선폭포까지는 가뿐했다. (내가 어느새 '가뿐'이라는 표현을 쓰게 되다니...) 은선폭포가 너무나 보잘것 없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관음봉까지 한시간 조금 넘어 도착하니 기분까지 상쾌했다. 



원래 계룡산의 정상은 천황봉이지만 군사시설 때문에 갈수가 없다고 한다. 관음봉이 등산객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인증샷 한컷 찍고 김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다음 코스로 향했다. 날씨가 춥지는 않았는데 정상부근 부터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차가운 바람에 콧물, 눈물이 나니 산에 오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이래서 겨울산행이 어렵다 하는구나... 



관음봉에서 삼불봉에 이르는 1.6Km 정도의 코스는 자연적으로 성곽을 이루고 있다고 하여 자연성능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바위 성곽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구비를 돌 때마다 계룡산의 자태가 훤히 보여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산을 좀 오른 사람들은, 능선 산행을 즐긴다. 하늘과 맞닿은 정상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채 등산하는 즐거움, 과연 빠질만 하다 싶었다. 


그러나 초보에게 뾰족뾰족 솟은 바위를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산길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바람이 불어서 숨까지 막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감탄사는 터져 나왔다. 아, 계룡산. 산세를 보면 왜 사람들이 계룡산에서 도를 닦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같았다. 


삼불봉을 거쳐 삼거리에 닿았다. 원래를 갑사로 향해야 하지만, 남매탑을 보기위해 잠시 내려갔다 왔다. 한 스님과 여인과의 운명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남매탑. 사연이 있는 사물은 정겹다. 못다 이룬 사랑에 절을 하고 다시 갑사로 향했다. 



갑사는 첫 순간부터 고찰의 위엄과 품격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아직 남아있는 단풍이 갑사를 단장하고 있었다. 동학사의 정갈함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굳이 겉으로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존재 만으로도 빛이 나고 든든한 사람 같았다. 절의 구석, 구석 어디를 보아도 한결같이 멋을 가지고 있었다.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갑사의 푸근함을 배울 수 있다면...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계룡산은 충분히 멋과 맛과 기를 전해 주었다. 그를 기억할 것이다. 소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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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산행기 - 도봉산과 북한산

산에오르기 2012.11.04 17:12

정확한 통계치는 모르겠지만 주말에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주말이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는 산에 오르며 혼자보기 아까운 장광을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사진들이 줄을 잇는다. 물론 나도 인증샷 많이 올리는 축에 속한다. 


서울을 살기 좋은 곳이라고 극찬하는 사람들 중에는 가까운 곳에 명산이 많다는 이유를 꼽기도 한다.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서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도봉산과 북한산이다. 지난주에는 도봉산을 다녀왔고, 이번주말에는 북한산을 찾았다. 


1호선 도봉산역에 도착해서 등산로 입구까지 걸어가다 보면 양쪽에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산에 가져갈 김밥과 물, 음료수 정도를 파는 정도가 아니다. 족발, 부침개, 각종 떡, 생선구이, 해산물, 문어숙회까지 잔칫상을 차리고도 남을 정도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정도. 그렇게 한껏 부른 배로 등산을 시작했다. 



도봉산 정상이라는 자운봉으로 해서 포대정상, 다락능선으로 이어지는 길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올라가는 중간에 의상대사가 머물렀다는 천축사에서 어깨에 달라붙은 업 한덩어리 떼어냈다. 나의 어리석음을 벗겨 달라고 기도했다. 산행의 즐거움 중에 멋진 절을 만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듯하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오르는 길은 원래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주봉에서 김밥을 먹으며 도봉산의 아기자기한 바위에 빠졌다 곳곳 바위 틈마다 앉아서 오순도순 도시락 까먹는 사람들... 그들의 정겨운 얘기가 귓전에서 들리는 것만 같다. 


어제 북한산행은, 진관동 북한산성 입구에서 시작해서 백운대에 오르는 코스로 잡았다. 다른 등산 모임에 객으로 참여했는데 가파른 산길이 제법 익숙해지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산도 도봉산 처럼 바위가 많고, 또 멋진 산이다. 도봉산 바위가 꽃미남을 보는 것처럼 아기자기 하다면, 북한산의 바위들은 좀 더 웅장하고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할까... 



위문에서 백운대에 오르는 코스는 철봉을 잡고 올라야 하는 유격훈련 코스이다. 400 미터 정도를 바위를 딛고 올라야 한다. 중간에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한 곳도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철봉을 잡고 줄서서 오르는 사람들. 우리의 팍팍한 삶이 보이기도 하고 또 그렇게 열심히 움직이는 우리의 땀냄새가 위안이 되기도 한다. 


산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도봉산도 그렇고 북한산 백운대도 그렇다. 그런데 주말 산행을 하다보면 북적이는 등산객들과 함께 오르고 함께 내려야 하는데, 때로 남의 생각 하지 않고 떠드는 사람들과, 밀치고 다니는 사람들, 조금씩 비켜주면 훨씬 즐겁게 오르고 내릴수 있는 길도 절대 양보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산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다. 조금만 배려를 해주었으면... 혹시 나도 느린 걸음으로 뒤에 오는 사람들을 답답하게 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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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속에서

산에오르기 2012.10.25 11:21

 


구비 구비 산자락을 넘어 아홉싸리재에 닿았습니다. 언덕을 품고 있는 자작나무 숲이 너무 예뻐 나도 몰래 숲길로 들어섰습니다. 파란하늘, 그 틈사이로 은빛 가지들이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네요. 당신이었습니다. 그 때, 우리가 열정으로 서로 줄다리기를 하던 시절, 그 때에도 당신은 그렇게 빛나고 있었죠. 


은빛 손사래 따라 설레임이 터질까 조심스레 당신께 다가갑니다. 당신은 더욱 힘차게 긴 팔 뻗어 나의 길을 밝혀 줍니다. 바스락, 한 걸음 뗄 때마다 삶의 설움을 떨구고, 마음의 때를 벗기며 그렇게 조금씩, 당신께로 갑니다. 

 

마침내 숲의 한가운데서, 당신의 온전한 품안에서 당신과 마주합니다. 이만큼이나 오랫동안 차분히 걸어와, 다시 당신을 만났습니다. 자작나무 숲속은 너무 진하지 않은 단풍빛이 은은하게 우리의 가을을 축복하고 있네요. 새 봄의 들뜨고 여린 풀빛도 아니고 한 여름의 진한 태양빛도 아닌, 파스텔톤의 가을이 풍요롭고 편안하고 화사합니다. 나를 보고 대견하다 말합니다.

 

자작나무 숲속에서 나는 당신을 만났고, 세월을 견뎌낼 기운을 얻습니다. 나를 치유하는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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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넉넉하고 푸근한 사람이 되었으면... - 방태산 산행기

산에오르기 2012.10.22 20:54

'인연'은 사람의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억지로, 혹은 마음먹는 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태산을 만나기까지 참 힘들었다. 어떤 계기였는지 나는 그 곳이 정말 가고 싶었고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을 했으나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 주전 설악산을 갈때는 아무렇게나 갑자기 갈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완전하진 않았지만 어떻든 단풍이 온 산을 물들여 화려하고 황홀한 계절에 방태산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한 주전 다녀온 설악 보다 나는 방태산이 좋았다'고 한다면 다들 산을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할 것이다. 그래, 한 발 양보해서 '더 좋다'는 표현은 과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만큼은 좋았다'. 설악은 그야말로 엄친아다. 잘생기고 스타일도 멋지고 공부도 잘하고... 과연, 누구나 입에 올릴 만한 그런 산이다. 쭉쭉 뻗은 바위들, 기암괴석이 누구나 감탄할 비경을 선사한다. 어딜 가나 물도 맑고 깊다. 흠잡을 곳 없다. 반면 방태산은 골짜기를 품고 앉았다.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살아있다. 등산로도 그렇고 산을 오를 때 보이는 계곡이며 나무며, 도마뱀이며, 청개구리며 자연의 본디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마치 푸근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산에 구석 구석을 밟아가는 길이 훨씬 더 편안했다. 


방태산은 정말 나무가 울창하고 많았다. 등산하는 내내 나무들은 발받침이 되고 인테리어가 되고, 의자도 되고 또 내 다리를 간지르는 장난도 쳤다. 워낙 나무가 울창하다 보니 등산로 곳곳에도 나무 뿌리가, 줄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산길을 오르며 어렷을 적 아빠가 내 손을 잡고 내 발을 아빠 발등에 얹혀서 한걸음 한걸음 나와 춤추듯 발을 떼었던 기억이 났다. 방태산 나무들의 드러난 뿌리를 발등처럼 이곳에서 저곳으로 밟으며 방태산에 기대어 춤추듯 한걸음씩 옮겼다. 조금 더 오르니 키작은 나무들이 나뭇가지가 등산로까지 늘어져 내 지나치는 발걸음에 소리를 내며 곡조를 만들기도 하였다. 산세가 깊은 산은 결코 쉽지 않았으나 산과, 나무와 그렇게 장난치듯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며 올랐더니 생각보다 수월하게 정상에 오늘 수 있었다. 

 

 

방태산 휴양림에서 한 두어 시간 올라가니 주억봉에 도착했다. 사방이 뚫려있어 북으로는 설악산 산세가 펼쳐졌고 어딜 보아도 산 줄기가 이어지는 장관을 선사했다. 아래로 보이는 산들, 계곡 마다 마지막 단풍이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었다. 그 마음 편해지는 장관이라니! 주억봉에서 구룡덕봉 - 매봉령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다시 자연휴양림쪽으로 내려왔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쪽 등산로 입구에는 이단 폭포가 있다. 단풍철이면 새벽부터 사진찍는 사람들이 좋은 자리에 삼각대를 설치하려고 줄을 서는 곳. 물론 나는 삼각대도 없었고 육중한 DSLR은 들고갈 엄두도 못내었지만, 그래도 한 컷 찍었다. 

 

 

그리고 이번 산행의 이유였던 단풍 사진도!

 

 


정말 원없이 단풍을 보았건만... 질리지 않더라. 아직도 눈감으면 당신의 고운 빛깔이, 바람에 하늘 하늘 떨어지던 단풍비가 내 마음을 채우더라... 그리운 이여, 이제 가을비에 고이 잠들라. 우리가 다시 만날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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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등산용품 지름기

산에오르기 2012.10.17 18:22

요즘은 등산인구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내 나이대는 과로와 과음과 주말 골프 등을 거치며 허약해진 심신을 달래기 위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토의 3분의 2가 산이라고 하니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등산이야 말로 '모태운동' 쯤으로 분류해야 하지 않을까? 


산을 다녀야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등산화와 등산복을 사는 일이다. 예전에야 운동화에 청바지면 산을 오르는 복장으로 충분했지만 지금은 동네 뒷산만 오르려 해도 등산화와 등산복은 필수다. 

 

등산에 필수품인 등산화를 장만하기까지 내게는 아픔이 있었다. 발사이즈가 워낙 작은 나는 신발을 고를때마다 어려움을 겪는데, 구두는 수제화 맞춰 신으면 되고 운동화는 아동용을 신으면 되지만 등산화는 방법이 없었다. 처음엔 아동용 등산화를 구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발이 편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아동화는 밑창을 일반 고무를 사용하고 있어서 바위산을 다닐때 밀착감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220 mm의 작은 사이즈 등산화도 많이 나오지만 국내 판매되는 여성용 등산화는 230 mm 이상 사이즈만 있었다. 결국 510 등산화를 아마존닷컴에서 주문했다.

 

파이브텐은 'Brand of the Brave'를 모토로하며 암벽화로 유명한 브랜드로 알려졌다. 창업자가 80년대 요세미티를 주름잡던 클라이머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 품질의 암벽화를 만드는데 집중해서 '스텔스'창을 개발해냈다고 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창업자가 USC 출신이네!) 그러던 와중에 Funshop에서 510 릿지화를 한정 사이즈만 50% 할인된 가격(49,500)에 판매를 했다. 늘 외면당하던 220mm 사이즈가 있어 냉큼! 질렀다. 이렇게 본격 등산에 앞서 어마 어마한 등산화를 구비하게 됐다.

 

자, 다음은 등산복 차례. 체력도 딸리고 산에 오른 경험도 없지만 '폼생폼사', 멋진 등산복은 반드시 입어 줘야 한다는 일념아래 아웃도어, 등산복 코너를 차근히 돌아보기 시작했다. 물론 청계산을 오를 때에도 백두산을 오르는 정도의 장비를 갖춘다고 비웃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역시 여자들에게는 등산복 패션도 무시하기 어렵다.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는지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성에 따라 다른 것이지만 나는 세 개 정도의 브랜드가 마음에 들었다. 첫번째는 마운틴 하드웨어. 1993년 캘리포니아에서 아웃도어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브랜드라고 한다. 형형색색 원색이 많이 들어간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두번째는 아크테릭스. 캐나다 브랜드로 기능성을 강조해서 사실 가격도 상당히 비싼 편이다. 아웃렛이 아니면 사기 어려운... -_- 그러나 디자인에서 뭔가 '산악인'의 포스가 느껴진다. 세번째는 에이글. 고무장화로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이다. 에이글의 등산복은 평상복으로 입기에도 편안한 디자인이 많아서 좋다.

 

처음에 등산복을 고를 때는 땀을 잘 흡수하고 방수, 방습 기능에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기능성"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여름에 등산을 해보면 안다. 기능성이라는게 주는 편안함과 쾌적함을. 등산복이 기능성을 갖다 보니 가격이 결코 싸지 않다. 방법은 아울렛 매장을 찾는 것. 정가로 사기에는 벅찬 가격이 그래도 아울렛 매장을 가면 조금은 위안 받을 수 있다. (참고로 하루 투자해서 파주를 가면 신세계 아울렛에 마운틴 하드웨어와 에이글 매장이 있고 롯데 아울렛에는 아크테릭스와 마운틴 하드웨어가 있다.. -_-)

 

등산화에 등산복을 갖췄으면 이제 열심히 산에 다니면 된다. 그러나... 관심을 갖게되면 액세서리가 보이는 법. 아이패드를 사면 무선 키보드도 만지작 거리고 스타일러스 펜도 찾아보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기타 등산용품에서 내가 가장 자신있게 권하고 싶은 것은 기능성 내의다. 등산 다닐때 기능성 내의를 입는 것은 결코 '과하지' 않은 투자이다. 기타 모자도 필요하다. 보통 하나 정도 가지고 있을 야구모자를 쓰고 가도 전혀 문제는 없겠지만, 깔맞춤을 생각하다보면... ㅎㄷㄷ 여기에 요즘은 모두들 스틱을 쌍으로 들고 다니기 때문에 보면 사고 싶어진다. 결국 스틱도 샀다.

 

겨울이 오면 그에 맞는 장비들 - 주로 몸을 따뜻하게 해줄 의류 -이 필요하다고 해서 걱정이다. 여름에 등산을 시작한 나로서는 겨울 맞이 등산용품 쇼핑이라는 커다란 숙제가 남아있다. 마치 김장을 앞둔 주부의 부담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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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설악 - 대청봉에 오르다!

산에오르기 2012.10.16 14:52

'설악산? 좋기야 하겠지만...'


설악산이야 늘 선망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으뜸으로 손꼽히는 산이 아니던가. 하지만 내게 설악산은 케이블카 타고 오르는 권금성, 수학여행때 갔었던 비선대, 그리고 울산바위가 다였다. 대청봉이니 공룡능선이니 하는 이름들은 그저 막연히 '좋은 어떤 것'을 지칭할 뿐, 내가 다가설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더했다. 그런데 더군다나 단풍이 찬란한 이 황금시즌에 설악이라니.. 현실감이 떨어지면 그 가치도 실감이 없는 법이다. 


그렇게 갑작스레 설악산행을 결심했고, 감행했다. 지난 여름부터 서울 인근의 산을 다녔고 산에 오를때 거친 숨으로 머리를 비우고 흘린 땀으로 잡념을 씻어내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뿐해지는 것같았다. 그 뿐이었다. 조금 난이도가 있다는 산도 근근히 올라봤지만, 역시 힘들었다. 이런 체력으로 과연 설악, 대청봉을 오를 수 있을까? 산행을 준비하면서도 내내 설레이고 걱정이 되었다. 


토요일 아침, 용대리에서 백담사로 가는 셔틀을 타려는 사람들의 줄이 너무 길었다. 그곳에서 부터 산행이자 고행은 시작되었다. 몇몇 건장한 남자들은 보기에도 입이 벌어질 만큼 커다란 배낭을 들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3분의 1도 안되는 배낭을 메고도 벌써 어깨가 무거워지는 지라 거듭 주눅이 들었다.  그렇게 백담사 - 영시암 - 수렴동대피소 - 봉정암 - 소청대피소 - 소청 -중청 - 대청봉에 이르는 등산을 시작했다. 


설악산을 오르는 많고 많은 등산코스 중에 백담사 코스는 경관이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봉정암까지 끝없이 물이 풍부한 계곡과 바위로 병풍친 장광이 펼쳐졌다. 



봉정암에 못미쳐 급경사의 산행이 이어졌지만 봉정암까지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평범한 산길이었고 또 가끔씩 등장하는 계곡과 물, 단풍의 자태에 빠져 힘든줄 모르고 놀면 놀면 올라갈 수 있었다. 봉정암에서 잠시 쉬었다가 소청까지 오르는 길은 경사가 급해 힘이 들었다. 더군다나 소청 대피소 보수공사를 하는데 자재를 실어 나르는 헬기가 머리 바로 위에서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헬기 소리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래도 한 숨 돌려 땀 닦을라치면 기암괴석의 풍광이 발아래, 저 먼발치에 펼쳐져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열심히 사진을 찍어 보았자 눈에 담은 절경이 카메라에 담기지는 않았다. 아, 정말 멋지구나. 설악산, 명불허전이구나... 감탄을 되뇌이며 지친 다리를 꾀여 정상으로 향했다. 




드디어 중청 대피소. 오후 3시경이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대피소 밖에서 먹을 것을 꺼내 놓고 등산의 피로를, 허기를 메우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남은 햇살에 기대어 대청봉에 올랐다. 곳곳에 솟은 봉우리를 거느리고 우뚝 솟은 대청봉.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인증샷 한컷.



중청대피소의 밤은 춥고 절박했다. 해가 진 이후에도 헤드라이트를 켜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로 중청에서 대청봉까지 가로등을 세워 놓은 듯했다.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도 대단했다. 밤늦게 도착해서 텐트를 치는 사람들. 혹은 슬리핑백 위에 비닐을 덮어 추위를 피하는 사람들. 바글 바글한 사람들 위로는 오랫만에 별이 반짝이는 하늘이 펼쳐졌다. 


산을 오를 때면 늘 느끼지만 이번 산행에서는 더더욱 오르는 것 만큼이나, 혹은 훨씬 더 산을 내려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늘 더 높이, 빨리 오르기 위해 바둥대는 우리네 삶이지만, 사실은 다치지 않고, 혹은 건강하게 내려오는 것이 마무리에는 더 중요하다. 이제 인생의 절반을 넘어서인지 천불동계곡-비선대로 내려오는 여섯시간 동안 내려오는 것에 대해 곱씹었다. 


과연, 설악은 대단했다. 설악인데 더 이상의 형용사가 필요할 것같지도 않았다. 계획된 산행은 아니었지만 내 인생의 가을에, 설악을 허한 하늘에 감사한다. 다시 한번 설악을 오를 날이 과연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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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욕쟁이 할머니와 다섯시간 - 용문산 산행기

산에오르기 2012.10.09 13:32

발 길 닿는 대로 산 깊은 마을에 들어섰다. 제법 오래돼 보이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주막을 찾았다. 그곳은 풍채좋은 욕쟁이 할머니가 손맛으로 객들의 허기를 달래고 술한잔 거나하게 들이킨 영혼들이 다시 내일을 살아갈 정을 얻어가는 공간이었다. 깔끔함과 정갈함 대신, 있는 그대로의 사람냄새가 공간을 채웠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러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같은 곳, 어제와 내일이 왁자지껄 사람들의 소리와 온기로 뒤섞이는 그런 곳이었다. 욕쟁이 할머니와 찬찬히 대화를 나눴다. 배운 것 없이 세월의 풍파를 거치며 살아온 한 평생. 때론 속정 조차도 거친 욕으로 마음을 표현할만큼  할머니의 세월은 울퉁불퉁하고 투박하고 가파랐다.  하지만 할머니는 손 맛과 깊은 마음으로 객들과 대화하고, 오랜 세월 지치지 않고 나무와 사람과 세상을 키워왔다. 천년을 살아온 은행나무가 그 은근함과 든든함을 웅변해주고 있었다. 


용문산 산행은 결코 쉽지 않았다. 용문사에서 계곡길을 올라 마당바위를 거쳐 용문산 정상에 오르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렸고 능선길을 타고 내려오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길이었다. 바위가 아니라 뾰족한 돌부리가 널려있는 아주 독특한 산이었다. 산을 오르는 내내 혼자 힘으로 자수성가하여 자식들 길러내고 온갖 어려움에서도 자신의 일에 열심인, 투박한 할머니가 생각났다. 



그곳에도 단풍이 시작되었다. 계절이 깊어지고 단풍이 더욱 번지면 그 욕쟁이 할머니같은 산도 더 이쁘게 물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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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 - 비장함, 그리고 일상

산에오르기 2012.10.03 20:35

추석 연휴 마지막날 관악산을 올랐다. 사당동 관음사 부근에서 올라 연주대 정상에서 자운암, 서울대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관악산 자락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관악산을 제대로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많고 많은 산 가운데 '관악'이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는 메탈 톤이나, 블랙을 연상케하는 비장함이 있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이 80년대초, 암울하던 시대에 대학을 다녔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오는 것이리라. 


내게, 관악은 결코 일상적인 편안함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매일 매일 아침마다 관악을 향했지만 학교 잔디밭에 일명 '짭새' (사복경찰)가 곳곳에 앉아 학생들의 동태를 살피고, 일년에도 몇명씩 학교에서 '민주화'를 외치며 떨어져 죽는 암울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숨쉬기는 어려웠다. 사실 민주 투사도 아니었던 내게는 정치적 상황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대학은 고등학교까지 배웠던 모든 것을 부정하게 하는 공간이었다. 이제까지 보고, 듣고, 배워왔던 것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혼란함이란.... 그래서, 매일 다녔던 관악이란 공간은 늘, 긴장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사당역으로 향하는 전철에서 부터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많았다. 사당역에서 올라가는 중간 중간, 김밥을 사고 막걸리 한통을 사는 동안에도 관악산을 향하는 동행들이 즐겁게 먹을 것을 챙기고 있었다. 


관악산은 해발 629M로 높이로 위압감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위를 올라야 하는 등산로 중간 중간, 내 기억 저편에 있는 '관악'의 비장함이 되살아 났다. 저 멀리 보이는 연주암, 연주대 바위는 비장했다. 비장함이 없이는 오르지 못할 것처럼, 꼿꼿하라 말하고 있었다. 그래도 바위를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비장함 보다는 일상의 재미가 느껴졌다. 와글 와글, 시끌 시끌, 일상사를 얘기하며, 여기 저기서 도시락을 펴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일상으로서의 관악을 즐겼다. 


4시간여의 짧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바위를 오르며, 즐거웠다. 이제 나를 긴장시켰던 관악의 기억을 아기자기 등산로가 재미있는 산으로 기억하고 싶다. 하산길에 학교를 졸업한지 이십오년, 세상도 변했고 나도 변했고 이제는 비장하지 않아도 일상을 즐기며 살아도 된다.. 그렇게 내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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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 - 다재다능한 매력에 빠지다

산에오르기 2012.09.28 11:31

산을 다니기 시작한지 오래 되지 않아 산에 대해 평을 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내 느낌으로는, 모든 산은 힘들다. 남산도 산책길이 아니라 팔각정에 이르려면 아무리 짧아도 가파른 구간을 거쳐야만 한다. 그리고 모든 산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산에 오르는 사람들과 대화한다. 처음부터 가파른 길을 내어주는 산은, 마치 세상일 쉬운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 같고, 처음에는 오르기 쉬운 길을 내어주고 높낮이 굴곡이 있는 산은, 등산 내내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같다. 그렇게 산에 올랐을때 정상에서 보이는 풍광과 상쾌한 공기는 머리를 맑게 하고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내려오는 길엔 다음에 만나게 될 산을 기대하게 된다. 


지난 주말 다녀온 강화 마니산은  해발 471m로 높지 않은 산이지만 등산의 재미나 산의 기운이 결코 만만치 않은 산이다. 개성없이 앉아있던 사람이 대화를 나눌 수록, 보면 볼수록 재주가 많고 유쾌하다고 느껴질때 그 사람의 매력에 빠지는 것처럼, 마니산은 그렇게 매력적인 산이다.


마니산 등산코스는 마니산 등산로 입구쪽에서 올라가는 길과 함허동천 야영장에서 올라가는 두코스가 있다. 함허동천 야영장 코스를 강력 추천한다. 나는 함허동천 야영장에서 올라 마니산등산로 입구 쪽으로 내려왔는데, 등산로 입구 쪽은 참성단에서 가깝지만 계속 계단이 이어져 힘들고 지루한 산행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함허동천 야영장에서 올라가는 길은 처음에는 가뿐히 올라갈 수 있는 길이지만 곧이어 몇 번의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 한시간 가량 오르면 탁트인 바다 전망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참성단까지는 1Km 정도 바위 능선이 이어진다. 바위를 타고 오르며 왼쪽에 바다와 섬을 보며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코스는 정말 멋지다. 탄성이 절로 난다. 


40분가량 바위능선을 따라가면 마니산 정상이 나타난다. 이런 곳에서는 인증샷!



뭐니뭐니 해도 마니산의 핵심은 참성단. 단군이 제를 올린 곳으로 알려져있는 참성단은 기가 모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참성단에서 하늘에 두 팔을 벌리고 큰 숨을 쉬니 하늘의 기가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사질 뒷 목이 아팠는데 참성단 다녀와서 나았다면 아무도 못믿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기를 받는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같다. 추석연휴, 조금 짬이 난다면 훌쩍 마니산 올라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늘과 산의 기를 받고 서늘한 가을을 본격적으로 맞으면 힘도 절로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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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 안기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곳, 청태산 자연휴양림

산에오르기 2012.09.24 18:49

나이를 먹을 수록 '성공하는 삶' 보다 '삶의 여유를 즐기는' 쪽에 관심이 간다. 그래서 '저녁이 있는 삶'은 비록 쉽지 않을지라도 '주말이 있는 삶' 정도는 만들어 보려 노력중이다. 주말에 한주간 밀린 피로를 침대에서 뒹굴링으로 굴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취미를 살리거나 밖으로 나가 자연을 즐기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주말이 있는 삶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곳은 전국 곳곳에 조성된 자연휴양림이다. 자연휴양림에는 서울 부근 도시에서는 만나기 힘든 '산속'의 정취와 내음과 기운이 있다. 풍경이 좋을 뿐아니라 울창한 나무들이 뿜어내는 신선한 내음이 있다. 산속의 공기는 머리위에서 부터 발끝까지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기운이 있다. 


얼마전 청태산자연휴양림에 다녀왔다. 자연휴양림에서 야영을 하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8주전 예약을 해서 겨우,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 번잡스러움이 주는 불편은 자연휴양림에 도착하는 순간, 어느 틈엔가 날아가 버렸다. 내 눈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산자락, 올곳이 뻗은 나무들, 계곡의 물소리. 초등학교 때 문앞을 들어서면 반갑게 엄마가 나를 반기고 안아주듯, 그렇게 차에서 내린 우리를 청태산은 큰 품으로 안아주었다. 



넓직한 산자락에 나무들 사이에 텐트를 쳤다. 올해 마지막 야영. 올해 easysun 10대 뉴스가 있다면 아마 1위가 내가 아웃도어에 적응했다는 사실이 아닐까? 처음엔 야외에서 와인 마시는 재미로 시작한 야


영이 어느덧 재미로 다가왔다. 산속에 안겨서 자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랄까..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항상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청태산 등산.



해발 1,200 M나 되는 산이었지만 한시간만에 비교적 가뿐하게 오를수 있었다. 휴양림의 해발이 높아서 인지 한시간 오르니 정산이 보였다. 그래도, 산은 늘 힘겹다. 그래서 정상이 더욱 반갑고 뿌듯한지도 모르겠다. 



청태산을 나와 봉평을 찾았다. 한창 메밀꽃 축제가 펼쳐졌다. 화사한 하얀 꽃이 가을 바람 따라 내게 다가서기도 하고 물러서기도 했다. 가슴이 설레었다. 길가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코스모스가 한창 피어있었다. 주인공 메밀꽃을 에워싼 코스모스, 아무렇지도 않게 가을마다 피는 꽃이었지만, 벌은 그녀를 반겨 주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벌과 코스모스의 사랑을 엿보았다. 



이렇게 나의 가을이 시작되고, 무르익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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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산행기 - 잘생긴 경상도 사나이 같은 곳, 금수산

산에오르기 2012.09.03 17:30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다. 올 들어 내 인생 최대의 반전이 일어났다. 걷기 싫어하고 땀나는 거 싫어하던 내가 '아웃도어 클럽'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헬스를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산에 가는게 재미있어 졌다. 처음엔 남산 산책길을 걸었고, 조금씩 강도를 높여 산행을 하게 됐다. 주말에 산행일정 잡는 재미에 살고 있다고 하면 너무 과장이려나... 이제까지 다녀 온 산을 기억하며, 앞으로 가게 될 산을 꿈꾸며 그 기록을 시작한다. 

 


금수산 - 잘생긴 경상도 사나이 같은 산


SNS를 인연으로 만나 맘이 통하고 취향이 비슷해 친해진 친구들, 미삼사끼리 첫번째 여행을 떠났다. 너무 멀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 않은 곳으로 정하다 보니 충주호 부근에 숙소를 정하게 됐고 숙소 가까운 곳에 등산할 수 있는 곳으로 금수산을 골랐다. 우리가 묵게된 펜션 웹사이트에 '주변 관광지'로 소개 되었을뿐 금수산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낯선 산과 만나게 되었다.


금수산은 월악산국립공원에 속해있는 산이며 제천과 단양에 걸쳐있다. 예전에는 산세가 험하고 교통이 불편하여 산행객이 그리 많지 않았으나 최근들어 충주호 부근이 개발되면서 등산객이 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제천 상천 휴게소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상천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십여분 걸어가면 용담폭포 3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왼쪽은 만덕봉에 오르는 코스이고 오른쪽은 금수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길이 워낙 험하다고 하여 왼쪽 등산로를 선택했다. 


산행을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금수산은 정말 독특했다. 마치 잘생긴 경상도 사나이 같다고나 할까. 산 초입에서 보이는 산은 바위와 나무가 적절히 어우러진데다가 산세가 깊어 정말 아름다웠다. 산 이름도 단풍이 수놓은 것처럼 너무나 아름답다고 하여 '금수산'으로 지어졌다 전해진다. 그런데 보통의 산들이 처음에는 완만하게 시작하여 하늘이 가까워질때쯤 바위산이 등장하고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 선물처럼 정상을 내어주는데 반해, 금수산은 처음부터 바위들로 이어졌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가 입 꾸욱 다물고 무표정으로 버티고 서있는 것과 같았다. 서울 주변의 산들이 바위를 오를때는 옆에 철봉 가드라도 설치하여 잡고 의지할 것이라도 만들어 둔 반면 이 곳은 1, 2미터는 족히 되는 눈 앞을 가로막은 바위를  맨 손으로 올라야 한다. 처음부터 등산객을 배려하는 다정함 따위는 없는 모양이었다. 

 

 

 

12시부터 산행을 시작한 우리는 빨리 올라 정상에서 점심을 먹자 생각했으나 바위 언덕을 두어개 넘고 나니 기력이 떨어져 곧 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까먹었다. 도시락 먹고 내려가자 압박하는 젠쿱을 얼음꿀물로 달래며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바위 언덕 몇 개 더 넘고 나니 이번에는 가파른 계단이 나타났고 그 뒤에는 철봉가드가 있는 바위언덕이 다시 기다리고 있었다. 계단-철봉가드 잡고 오르는 바위언덕 몇 번을 더했더니 조금씩 산은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는 곧 망덕봉(해발926m)이 나타났다. 아, 정상이다. 원래는 망덕봉에서 1.3Km 더 가서 주봉 금수산까지 갈 계획이었지만, 이번 산행은 이쯤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인증샷에 카페라테 한잔 맛나게 나누고 산을 내려왔다. 하산길에 보니 곳곳에 금수산의 절경이 이어졌다. 어느 너른 바위에 앉아 이쁜 소나무를 감상하며 잠시 쉬었다. 내려오는 길 역시 쉽지 않았다. 바위밖에 보이지 않는 하산길에서 등산로를 잘 못 찾아 헤매기도 했다. 나로서는 내평생 가장 절실하게 단신의 설움(?)을 느끼기도 했다. 

 

 

산행의 마무는 계곡물에 발담그기. 힘들었던 산행을 마치고 계곡물에 발 담그고 씻기고 보듬으며 오늘의 고생을 위로했다. 산행의 피로가 절반 이상 가시고 몸과 맘이 한껏 가벼워지는 순간이다. 

 

 

산을 내려와 장을 봐서는 숙소인 블루밍데이즈 펜션으로 향했다. 충주호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이쁘게 지어진 펜션이었다. 바베큐로 고기와 소시지, 야채를 구워 먹으며 와인 한잔을 하니 순간 산을 오를때의 힘들었던 땀과 탄성들이 오래 기억되는 즐거운 추억으로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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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캠핑과 유명산 오르기

산에오르기 2012.07.27 17:06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게 평소의 믿음이지만 "때로" 사람은 변한다. 걷는 것을 그렇게나 싫어하던 내가 6월부터 운동을 시작하고는 매주 남산 산책길 (왕복 7Km)을 걸었다.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평소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얼마나 큰 변화인지 알 것이다. 또한 일단 변화의 길로 들어서면 그  곳에서 줄줄이 이어지는 변화들이 있다. 예를들어, 짐(Gym)에서 운동을 하니 걷게 되고, 걷는게 익숙해지니 아웃도어나 등산같은 덥고 끈끈한 취미에도 관심이 가더라는 것이다. 


지난주 드디어 캠핑과 등산을 한번에 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캠핑장소는 유명산 파크밸리. (홈페이지 참조)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무더위의 시작이었다. 유명산의 입구에 있는 사설 오토캠핑장인데 나무가 울창하고 바로 옆에 계곡 물흐르는 소리가 들려 시원한 곳이었다. 시설 관리도 잘 되어 있고 말이다. 



계곡 바로 앞 데크를 찾아 텐트를 쳤다. 그늘이 워낙 좋아 타프는 필요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주변 사이트에서는 누구나 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치는 것처럼 엄청난 규모의 타프를 치고 장비를 과시하고 있다는 점. 그러나 기죽지 않는다! 후후 

 


텐트치고 잠시 유명산 산책에 나섰다. 유명산이 그리 높지는 않은 산이지만 계곡이 깊었다. 산책 도중에 계곡물에 발담그기를 했는데 한주일의 피로가 씻기는 느낌이랄까!! 



자 캠핑의 진수, 저녁시간이 돌아왔다. 모두들 바베큐에 열중할때 짜잔~! 우리의 저녁 메뉴는 우리동네에서 젤루 맛난 한강왕족발 집에서 사가지고 간 족발이었다. 물론 와인도 한병. 지난번 LA에 갔을 때 사온 샌포드(Sanford) 피노느와이다. 사실 내가 캠핑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자연을 벗삼아 와인 마시기이다. 타프도 안치고, 저녁도 테이크아웃한 족발에 와인이라니.. 여러가지로 튀는 가족이기는 했다. 게다가 아무리 주변을 둘러 보아도 부부 두 사람만 캠핑온 팀은 없었다. 아이가 있거나 가족 연합으로 오는게 캠핑인 듯싶었다. 



다음날 일찌감치 텐트를 철수해서 유명산에 올랐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경사가 가파라서 정말 힘들게 올라갔다. 주변에서 모두들 힘들어하니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물을 두통을 가져 갔는데도 중간에서 거의 다 떨어져 한참 아껴먹으며 올랐는데... 역!시!나! 떡하고 퍼티고 있는 막걸리 아저씨!! (물론 물도 팔았다) 어찌나 반갑던지... 


한번 산에 다녀오니 사람들이 왜 주말마다 등산을 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같았다. 힘들게 몸을 움직인 후 정상에서 산세를 바라볼때는 아무런 잡념도 들지 않는다. 그저 탁 틔이는 느낌 뿐! 그렇게 머리를 비우고 하산할때는 발걸음 뿐아니라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 다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일상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 그런 기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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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에서 가을에 빠지다!

산에오르기 2010.10.09 16:32
며칠 쌀쌀하더니 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 토요일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멀리 가기는 좀 그래서 하늘공원을 찾았다. 서울 도심에, 그것도 집에서 가까운 곳에 이런 산책로가 있었다니.. 자주 가지 못한 것이 또  안타깝다 생각하면서도 어쨌든 오늘 그 곳에서 맘껏 가을의 정취를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마치 하늘에 닿았던 양 뿌듯하다.



가장 높은 곳에서 본 하늘 공원. 한강과 갈대밭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이 즈음 (다른 때는 안가봐서 모르겠지만..) 하늘 공원의 주인공은 단연 갈대이다. (사실은 갈대와 억새와 섞여 있지만 그냥 대표로 갈대라고만 생각한다.. -_-)


갈대밭 옆에 코스모스가 무리지어 피어 있었는데 그 또한 장관이었다. 이렇게 많은 코스모스 무리를 보았던 게 또 언제였던가...


저렇게 코스모스가 많아도 코스모스의 동무는 벌이다. 벌이 코스모스에 앉았다가 날아가는 순간, 저 코스모스는 허전했을 터인데.. 꽃은 그늘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구나 싶었다.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걷게 되었고, 사소한 것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내 마음을 다독이는 법을 알게 되었다. 언제까지 일런지 모르지만, 지금, 이렇게 사진에 빠져드는 내가 참 반갑고 좋다.

오늘 찍은 사진 중에 가장 내 맘에 드는 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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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무통 로췰드의 추억

산에오르기 2010.05.07 23:59
어느 영역에나 명품은 존재한다. 유명세를 타는 명품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유독 와인에 있어서는 5대 샤또 투어를 가는 것이 죽기전 꼭 해보고 싶은 일로 손꼽을 정도로 소위 '명품'이라는 와인에 욕심이 간다. 그렇다고 내가 와인 맛에 정통한 것도 아니다. 유명 와인을 마시면서 '샘물에 나비가 날아 다니며 나를 유혹하네...' 라는 식으로 신의 물방울류의 표현을 읊조릴 만한 실력도 못된다.


어쨌든 5대 샤또에 대한 열망은 늘 마음 속에 남아 있다. 며칠전 두 번째로 5대 샤또를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샤또 무똥 로칠드 1988이었다. 같은 5대 샤또 중에서도 무똥은 특히나 꼭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와인인데, 그것으 무똥이 스토리가 있는 와인이기 때문이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원래는 1등급 와인에 속하지 못하고 2등급으로 남아 있었다. 무똥은, 2등급이라는 위치를 부정하며 1등이 될 수 없다면, 무똥으로 남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First I cannot be, second I do not choose to be, Mouton I am. - 일등은 될 수 없고, 이등은 내가 선택하지 않기에 나는 무통 일 수 밖에 없다')

그 이후 샤또 무똥 로칠드는 부단한 노력 끝에 51년만에 재 등급 판정을 통해 1973년 1등급 와인으로 승격됐다. 5대 샤또 가운데 유일하게 2등급에서 승급된, 의지와 집념이 있는 와인이다. 승급된 이후 무똥의 모토는 'First I am, Second I was, Mouton does not change (무통은 현재 일등이다. 이등이었던 시기는 지났다. 무통은 변함이 없다)'로 바뀌었다고 한다. (-출처: 와인21닷컴)

1988년은 그리 좋은 빈티지는 아니라고 했다. 마시기 전 한시간 반 정도 열어 두었다가 시도를 했는데, 콜크 마개를 따니 그 향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는 남성적이었으나 거칠지 않았고 부드러웠으나 물컹거리지 않았다. 자상했으나 헤프지 않았고 자유로웠으나 방만하지 않았다. 세월을 견디어낸 흔적으로 상처도 느껴졌으나 결코 그 세월에 굴하지 않은 올곧은 향을 머금고 있었다. 그는 오랜동안 숙성된 삶의 방울 방울을 한 모금씩 전하고 있었고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힘이 있었다.

충분히 명성에 걸맞는 와인이었다. 무똥을 만난 추억은 오래도록 가슴속에 기억될 것같다.


"샤또 무통 로칠드를 만날 수 있다면..."
"오브리옹과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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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는 밥, 때로 특별한 밥이 먹고 싶다면!

산에오르기 2010.03.01 15:25
사람은 먹어야 산다. 때로 먹기 위해서도 산다. 특히 해를 거듭할수록 맛난 음식,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한끼의 밥이 주는 기쁨과 뿌듯함은 인생의 모든 근심 걱정을 잠시 잊게 할만큼 위력이 있다.

새로운 달, 새로운 계절을 맞으며 잠시 짧은 여행을 떠났었다. 돌아오는 길에 점심을 먹기위해 들른 '산당' - 양평에 위치한 이 곳은 음식을, 예술이며 과학으로 생각하는 주인장의 철학과 솜씨가 배어 있는 식당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음식은 종합예술이고 약이며 과학입니다'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식당이 뭐가 그렇게 거창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밥을 먹다 보면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아.. 이곳의 음식은 하나 하나가 예술이구나..


식당 전경. 1층이 식당이고, 식사를 마치면 커피와 과일을 받아서 2층에 올라가 조금 여유롭게 차한잔 하며 수다를 떨수가 있다. 사실 밥을 먹고 나면 너무 배가 불러 움직이기가 귀찮을 정도이기 때문에 돌아갈 힘을 얻으려면 오히려 수다 떠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식당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정갈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음식이 일품이다. 메뉴는 3가지의 정식 코스로 나누어 지는데, 보통 가운데 것을 권한다. 여느 한정식처럼 순서대로 음식이 나오고 나중에 잡곡밥과 된장찌개를 곁들인 밥이 나온다.


구절판과 숙성 광어회, 녹차로 잰 돼지 삽겹살, 새우튀김 등등 보통의 한정식 코스와 재료만으로는 비슷하다. 그런데 상차림과 곁들이는 소스등이 재료의 맛과 건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최적의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먹다보면 아, 음식이 예술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치 입구에 씌여진 글귀처럼 말이다.

다만, 서빙하시는 분이 음식이 '약'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내가 새우튀김의 머리를 다 먹지 않고 남겼다고 말 그대로 '역정을 내는' 듯해서, 당혹스럽고, 자칫 좋은 기분을 다칠 뻔했다. 아무리 음식이 약이라고 주장하여도 나처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입에 맞는 것만 먹는 손님도 있을터, 그 정도의 참아주는 아량은 보였으면... 좋았으련만...


9-10가지의 코스를 마치면 밥상이 차려지는데, 굴비와 된장찌개, 김치, 갓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등 김치류와 젓갈, 간장게장, 나물들이 반찬으로 나온다. 이 밥상 한상만으로도 밥한끼 기분좋게 먹을 수 있을 것같다. 왜냐하면, 정갈한 상차림에 오른 하나 하나가 그대로 "제 맛"이다. 된장도 집에서 담군 된장의 구수함을 그대로 살렸고, 간장게장도 심심하며 맛이 있다. 밥이며, 누룽지도 제대로의 맛을 내고 있다.

맛있게 밥그릇을 비우고 나니, 마음속 근심도 모두 비워 버린 듯하다. 맛난 밥한끼가 주는 행복감을 그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산당 홈페이지: www.sandang.co.kr
주소 :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운심리 104-1
전화 : 031-775-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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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이 고마움이라고 느껴질때...

산에오르기 2010.01.26 17:44

         <사진: 아이티지진 구호 현장, 출처: 네이버 검색>

사실 전 사회적 이슈에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편입니다. 큰 사건이 터져도 그런가부다 하는 정도이고 거기에 대한 논평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이티 사태에 대해서도 마음 아픈일이고 사진이나 방송에서 보면 눈물이 핑돌때도 있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 뿐이지요.

오늘 아침에 회사에 출근해서 아이티 취재현장에 나가 있는 남편이 보낸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이메일을 읽고는 그만 눈물이 흐르는 것을 멈출수가 없더군요.

다음은 이메일의 일부 내용입니다.

오늘 저녁용으로 쓰고 있는 기사 하나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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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사랑하는 사람이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린 채
바로 눈 앞에 있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아이티의 많은 국민들이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이런 좌절을 겪었습니다.
포르토프랭스에서 000 특파원이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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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은 오늘 방송에 나갈 것이므로 제가 전문을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같습니다. 요약을 하자면 외교관을 꿈꾸던 24살의 아이티 청년이 있었는데 그는 지진이 나자마자 여자친구가 있을 대학교로 달려 갔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건물잔해 속에서 여자친구를 찾았는데 그녀는 하반신이 건물속에 끼어 움직일수가 없었죠. 그 청년은 연인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세시간동안 곁에서 세상의 마지막 대화들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서로 안타까운 마음에 '사랑해..'를 반복하다가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너무 배가고파.."였답니다. 청년은 배가 고프다는 연인에게 치즈를 주었고 그것을 먹고 숨을 거두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아침부터 마음이 짜안해서 눈물을 고르면서, 문득 회사 오는 길에 새벽까지 여친과 통화하는 아들눔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우리회사의 A는 왜 일마무리를 못하는 건지, 어떻게 고쳐줘야 할지, 그런 아주 '일상적인'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 고민들이 부질없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우리의 일상이 고맙다는 생각을 하고 살까요? 가끔씩 이 포스트 보면서 지금 여기에 말안듣는 아들과, 간혹 속썩이는 동료들과 함께 있음을, 이것이 살아가는 에너지임을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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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올한해는 마음이 넉넉했으면...

산에오르기 2010.01.04 09:40
벌써 두해째 새해를 LA에서 맞았다. 항상 오고 가는 것으로 한해 마무리와 새해 시작을 하다보면 정신없이 1월 중순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60년만의 백호해라는 의미 부여처럼, 2010년은 웬지 새로운 의미가 있는 한해가 될 것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어본다. (원래 새해가 갖는 의미란, 희망을 품어보는 것이 아닐런지..) 

올 한해 역시 지난해 그랬던 것처럼 바쁘고 분주하게 지나갈 것이 분명하다. 늘 같은 걱정거리에 조급하게 종종걸음치다가 문득 고개 들어 하늘을 보면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오고, 가을을 느낄 사이 없이 추워지며 그렇게 또 한해를 보내버리게 된다. 뭔가 늘 되새기며 살수 있도록 올한해 내나름대로의 결심을 적어본다.

우선, 첫번째 올 한해 나의 바램이자 결심은 블로그를 열심히 하는 것이다. 원래 블로그가 좋아서, 혹은 블로그의 가능성을 믿고서 사업까지 시작해서 달려왔는데, 일에 매몰되다 보면 가끔씩 블로그를 팽개치기도 하고, 무심하게 넘기게 되는수가 있다. 올 한해는 좀 더 열심히 블로그를 가꾸어야 겠다. 블로깅을 열심히 하는 일이 가끔은, 삶을 열심히 사는 한가지 방편이기도 한 것같다. 

두번째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밝히자니 부담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작년에 낸 '블로그 만들기'의 2편을 쓰는 일이다. 지난해에는 어쩌다 책을 내게 되었고, 그 책이 좋은 반응을 얻어 나 역시 많은 것을 얻었다. 내가 가진 생각을 나누는 일이 이렇게 기쁜 것인 줄을 알게 되었다. 올해는 2편을 준비해 보고 싶다. 그러나 책쓰는 것이 시간과 노력을 많이 요하는 일이라서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겁도 난다. 

세번째는 건강을 돌보는 일이다. 매번 시작하다가 끊어졌던 운동을 꾸준히 해야겠다. 너무나 자주하는 결심이어서, 그만큼 자주 어기기 때문에 가장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 될 것같다. 그래도 올해는 좀 독한 맘 먹고 운동을 해야할 것같다.

나이를 먹다 보니 건강이나, 삶을 살아가는 의미와 같이 좀 더 basic한 것에 신경이 쓰이고 소중하게 느끼게 된다.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인 성취를 얻는 것도 좋은 일이고 의미있는 일이지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어깨에 힘빼고 겸손하게, 그리고 소박하게 한 해를 열심히 살고 싶다.

새해 일출 사진은 없고 게티 센터에서 찍은 사진을 일출사진과 비슷하다 우겨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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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뜨개는 사랑입니다!

산에오르기 2009.12.13 09:30
12월들어 어느때보다도 일정이 분주해졌지만, 나를 더 바쁘게 만드는 것이 있다. 예년같으면 12월초 송년회로 분주한 때이지만 가능하면 송년회를 가지 않고 집으로 와서 몰두하는 일이 생겼다. 물론 오래된 것은 아니다. 지난주부터 갑자기 손뜨개 빠져들고야 말았다.

손뜨개가 하고 싶어져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배우 배두나씨의 어머니가 쓰신 책이 눈에 띄였다. 'DOONA MOM STYLE KNIT'. 연극배우 김화영씨가 딸을 위해 떠준 스타일리쉬한 니트들에 대한 화보집과 뜨는법이 함께 실린 책이다.


바로 책사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은 빛의 실도 샀다. 50% 정도 완성된 모습. (혹여 남들이 '설마 직접 떴으려고...'하는 의심을 할까봐 인증샷 첨부 -_-)

밤늦게 집에와서 졸음과 싸움하며 2-3일 뜨던 것을 주말을 맞아 완성했다. 짜잔~!


2코 멍석뜨기로 75cm를 떠서 한번 꼬아서 양쪽 끝을 붙이는 살짝 독특한 디자인이다. 용도는 요즘 유행하는 넥워머이다.

전문가들에게야 간단한 소품이지만, 오래도록 앉아서 한바늘 한바늘 뜨개질을 하다보니, 한땀 한땀 떠서 하나를 완성해나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같기도 하고 재밌고 또 고되기도 했다. 인터넷에 보면 '뜨개질은 사랑입니다..' 뭐 그런 문구가 있던데.. 뜨다보니 정말 무슨 의미인지 알 것같다. 한땀 한땀 모두가 정성이니까 말이다. 날씨도 추워진다는데, 넥워머로 목을 따뜻하게 감고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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