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기(1) 자연산 막회는 언제나 옳다!

맛보기 2015.07.19 15:36

한 삼일 정도는 매일 회를 먹어도 물리지 않는 독특한 식성을 가졌다. 그렇다고 바닷가 태생도 아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스무 살이 되기 까지 회를 먹었던 기억은 별로 없다. 일식집 초밥 정도가 전부일까. 그런데 정말로 회를 좋아한다. 많이 먹다 보니 맛도 알게 되고 맛없는 회로 입맛을 버리느니 아예 입을 대지 않는 까탈스러움도 생겨났다. 어쨌든 회는 라면과는 다른 음식이니 말이다. 


바닷가로 여행을 가면 당연히 회를 먹는다. 웬만하면 항구를 찾아 나서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바닷가 번듯한 집들 보다는 현지 사람들에게 물어 그 사람들이 찾는 허름한 횟집을 찾는다. 안되면 수산센터에서 회를 뜬다. 이 정도가 그동안 경험으로 가지고 있는 나만의 노하우다.


이번 제주여행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원래는 차를 가지고 배 타고 제주를 가려했으나 태풍 찬홈 때문에 배가 뜨질 못했다. 부랴부랴 비행기표를 구해 제주에 도착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내내 비가 왔다. 


첫날 숙소인 남원에 자리를 잡고 그래도 제주 여행 첫날인데 회를 포기할 수는 없어 남원항을 찾았다. 완전 파장 분위기. 철도 이른데다 태풍까지 부니 한두 곳 문을 연 횟집도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더 큰 성산이나 서귀포 쪽으로 나가야 할까 고민하다 골목에서 아주 허름하고 조그마한 '괸당네 어시장' 횟집을 찾았다. (제주말로 괸당은 '친척'을 뜻한다고 한다) 


7,8 석밖에 없는 작은 식당.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임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동네 단골들이 많은 집인 것 같았다. 메뉴는 이것 저것 많았는데, 따돔과 한치를 주문했다. 제주 사람들은 돔(=도미)을 좋아하는 것 같다. 갓돔, 황돔이 나름 고급어종에 속한다. 따돔은 제주말로 '따치'라고 부르는 작은 생선. 가격도 한 접시에 3만 원. 양식을 할 이유가 없는 생선이었다.





두께가 얇지만 돔의 특성을 그대로 갖췄다. 탄력 있게 씹히는 식감, 살이 고소하고 달았다. 그래, 이맛이야! 제주 횟집에서는 회를 시키면 쓰끼다시로 다양한 것들이 나왔다. 제주에서 나는 딱새우, 해삼, 개불 등등. 꽁치구이 매운탕은 당연한 것.



따돔이 귀한 생선은 아니었지만 정말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다. 


한참 생선회와 술 한잔을 즐기고 있을 때 남편의 지인이 합류했다. 제주 성산에 사시는 분이 전화 한 통화에 추적추적 내리는 빗길을 뚫고 달려온 것이다. 그 분은 "따치는 그냥 소주 한 잔할 때 먹는 거지..."라며 갓돔을 추가로 주문했다. 한 마리 18만 원. 우리가 먹은 것 보다 6배가 비싼 생선. 갓돔은 검은 줄 무늬가 있는 도미로 흔히 줄돔으로 알려진 것이다. 


또 어마어마한 양의 쓰끼다시가 나오고 갓돔회가 상에 차려졌다. 잔뜩 배부른 뒤에 먹은, 갓돔은 따돔에 비해 별거 없었다. 솔직히 깊은 맛은 인정해주고 싶다. 물론 배고픈 상태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갓돔을 먹겠지. 그러나 가격을 생각했을 때 딱히 완벽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5번에 한번쯤은 갓돔을 고르겠지만 나머지는 따돔을 먹겠다. 


다시 한번 느낀 것이지만, 바닷가에서 먹는 자연산 막회의 '살아있는 맛'은 정말 최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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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초량 밀면과 왕만두

맛보기 2015.07.06 14:08

아침에 서둘러 KTX를 탔더니 11시 반이 조금 못되어 부산역에 도착했다. 일요일 오전, 마음껏 게으름을 피워도 좋을 시간이다. 역도 한산했다. 목적지로 향하기 전 이른 점심을 먹고 움직이기로 했다. 어느 새 부산에서 꼭 먹어야 할 메뉴가 된 밀면으로 정했다. 


"조금 걸어서 잘한다는 집으로 갈래, 아니면 그냥 가까운 데 갈까?" 남편이 물었다. 

"(아니 그걸 말이라고....) 당연히 조금 걸어서 잘한다는 집이지! "





부산역에서 10분쯤 걸어 초량밀면집으로 향했다. 입식 좌석이 몇 개 있고 좌식 테이블이 열 개쯤 있는 아주 평범해 보이는 식당이었다. 2년 전인가... 한 참을 기다려 먹었던 개금밀면 집은 훨씬 더 컸고 뭔가 전문점 같은 '포스'가 느껴졌는데 초량 밀면은 그런 위용은 갖고 있지 않았다. 


메뉴도 간단했다. 물밀면, 비빔 밀면 - 소 3,500 / 대 4,000, 왕만두 3,500, 사리 1,000원이 다였다. 물밀면 작은 것 2개와 왕만두를 시켰다. 하얗게 예쁜 면발의 국수와 시원한 국물, 다진 양념, 오이채, 편육 한 점, 계란 삶은 거 반 개. 깔끔하게 나왔다. '왕'만두는 이름에 걸맞게 컸고 만두소에 야채가 많이 들어간 담백한 맛이었다. 





초량밀면은 많이 알려진 집 답게 대개 손님이 타지에서 온 관광객 같았다. 여행 짐을 들고 들뜬 표정으로 맛있게 먹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였다. 


맛있게 먹고 나오니 식당 문 앞에 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보니 뭔가 더욱 뿌듯한 느낌으로 배가 더 불렀다. 


부산에서 밀면은 정말 흔한 메뉴다. 김밥집에도 있고 분식집, 일반 식당에도 있다. 먹어보진 않았지만 웬만한 곳의 밀면은 다 비슷하게 맛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조금 더 알려진 곳을 찾아 먹는 재미도 한 층 맛을 더한다. 서울에서도 더 많은 곳에서 밀면을 만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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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다방 원조냉커피와 불량주스

맛보기 2015.07.04 17:14

'집밥' 백종원 선생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덩달아 그의 프랜차이즈 가게 들도 줄을 선다고 한다. 사무실 앞 상가에 빽다방이 생겼다. 평일 점심시간, 아이스커피가 가장 생각날 때는 빽다방 앞에 줄이 장사진을 치고 있어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오늘 같은 주말에야 겨우 맛을 볼 수 있었다. 





앗메리카노 아이스는 2,000원인데 원조냉커피 (커피, 설탕, 크림에 얼음을 넣은 냉커피)는 2,500원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비싼 원조냉커피에 눈이 간다. 게다가 분말가루로 탄 오렌지주스를 '불량주스'라는 이름으로 판다. 이건 그냥 추억의 맛이다. 다른 커피 전문점에서는 볼 수 없으니 더욱 정겨운 맛인지도 모르겠다.


맛은... 둘 다 너무 강하다. 원조냉커피는 너무 달고 불량주스도 달고 시다. 얼음이 어느 정도 녹아야 겨우 정상의 맛으로 돌아온다. 그런 고로 줄까지 서서 다시 먹게 될 맛은 아니다.


푸근한 백 선생님. 하지만 집밥 선생이 소개한 음식을 딱히 먹고 싶진 않다. '훌륭한 사업가'라고 평하신 황교익 샘의 말이 정확한 듯. 그래도 사업가이면서 밉지 않으니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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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맛이 그리울때... 여의도 [성심집]

맛보기 2015.07.02 18:29

여의도에서도 제일 오래된 아파트로 손꼽히는 시범아파트 상가는 옛 정취가 살아 있는 곳이다. 아파트 상가이면서도 시장 느낌이 난다. 한쪽에 식당들이 늘어서 있고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통로 한 편으로는 간이로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늘어서 있다. 식당들은 대부분 치킨집이다. 알려진 치킨 브랜드는 다 있다. 여의도 주민들이거나 주변 회사원들이 간단하게 닭튀김에 맥주 한잔 하기에 좋다. 요즘에는 한강 시민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주문이 몰려 꾸준히 손님들이 몰리는 곳이다. 


치킨집들이 줄줄이 서있는 곳 끝에 삼십년 된 선술집이 있다. [성심집]. 한 곳에서 삼십년이 됐다고 한다. 메뉴는 순대와 머릿고기, 술국, 감자탕이다. 





식당 안에도 4-5 자리가 있고 밖에도 그쯤 앉을 만한 테이블이 있다. 단골들이 주로 오고 술 좋아하는 남자 손님이 대부분이다. 


예전엔 돼지 머릿고기가 흔했다. 새우젓에 찍어 먹는 돼지 편육도 많이 먹었다. 언제 부턴가 먹을 것이 많아지면서 머릿고기 파는 곳을 찾기 어려워졌다. 


모듬 안주를 시키면 순대, 찹쌀순대, 머릿고기, 편육이 나온다. 찜기처럼 물을 붓고 채반을 얹어서 휴대용 가스렌지에 얹어 준다. 식지 않게 데워 먹을 수 있도록. 


맛? 먹을 것이 풍부한 시대에서 자란 사람들에겐 모르겠다. 내게는 옛날 맛도 나고, 기본적으로 돼지고기를 삶아 새우젓에 찍어 먹는 맛이 있다. 술 한잔 곁들이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맛이다. 술국도 함께 시켜 국물과 같이 먹으면 좋다. 


무엇보다 한자리에서 삼십년 된 식당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기본을 지킨 다는 뜻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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