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피문어와 조개찜의 조화

맛보기 2015.06.29 16:18

여의도 빌딩촌. 매일 저녁,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술판을 벌이는 여의도에서 살아 남으려면 일단 가성비의 경쟁력을 갖춰야한다. 회식이든 접대이든 혹은 고단한 노동에 대한 보상이든 맛도 좋으면서 값도 크게 부담 없는 곳을 찾으니 말이다 (접대의 경우에는 좀 다르겠지만). 

'e문어 세상'은 증권사들이 모여있는 초입, 홍우 빌딩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6시 반을 넘기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 있는 술집이다. 메인 메뉴는 식당 이름에 나와있는 것처럼 문어. 동해안 피문어를 취급한다는게 주인장의 자랑거리다. 문어는, 경험상 남해안 돌문어 들보다 동해안 피문어가 맛있다. 이 집은 특히 문어의 퀄리티는 최고다. (그래 봐야 겨우 두 번 먹어본 경험이니 감안해서 들으시길). 푸짐하기로는 조개찜이 최고 (왼쪽 사진). 


쫄깃하고 담백한 문어와 보는 것 만으로도 푸짐하게 배가 부른 조개찜 정도면 대 여섯 명이 즐겁게,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어느 날 밤 늦게 출출해서 뭐 좀 먹어볼까... 하고 마실 겸 나갔다가 이 곳을 발견했다. 그 땐 이미 저녁도 먹은 후라 문어 작은 거 한 마리에 소주 한 잔 마셨다. 문어가 너무 맛있어서 그 다음 친구들과 모임 때 다시 찾았을 정도. 밤 늦은 시각, 조금 한산해져 그 곳 사장님과 술잔 나누다가 알게 된 몇 가지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어릴 적 친구들끼리 (약간의 좌절 상황에서) 강원도 삼척을 찾았다가 그 곳에서 문어를 먹게 됐고 문어 파시는 분과 친해져서 결국은 지금 식당까지 차리게 됐다고 한다. 원래는 마포점을 냈고 여의도는 두 번째로 문을 연 곳. 재료가 좋고 성실하게 손님을 대하니 식당은 잘 운영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친구들끼리 마음  맞춰하고 있다는 점이 좋아 보였다. 


식당 이름이 좀 뜬금없었다. 'e 문어 세상'이라니.... 모바일 시대에 왜 'e'를 붙였을까 생각했지만 그도 이유가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친구들이 모두 가수 이문세씨의 왕 팬이었다. 'e 문어 세상 = 이문세'. 그래서인지 식당에 이문세씨의 대형 브로마이드가 붙어 있다. 메뉴판도 '가로수 그늘 아래 해천탕', '광화문 연포탕' 그런 식이다. 생뚱맞은 조합인 것은 맞지만, 뭐 어떤가. 나  좋아하는 식당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 이름 좀 써도 되지... 


여의도에서 유쾌하게 한 잔 할 때 추천하고 싶은 집이다. 하지만 조용한 분위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 


e 문어세상. 여의도 홍우빌딩 1층. 02-761-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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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동 |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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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tertoffee 커피와의 만남

맛보기 2015.06.27 15:47

커피는 내 오랜 취미이다. 


사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커피를 마셨다. 그 땐 물론 인스턴트 커피에 설탕과 '프림'을 듬뿍 넣어 마셨다. 대학교 때부터 직장인이 되는 동안 맛없는 자판기 커피가 잠시 쉬어가는 순간의 친구가 되었다. 


커피는 기호품이기도 했지만 '여유로운 삶'의 상징과도 같았다. 직장인 시절, 결혼 후 집안 일과 회사일을 동시에 하느라 숨이 턱에 막힐 때 동병상련의 여자 선배들과 늘 '커피 향에 배인 일상'을 꿈꾸곤 했다. 


그 일상은 이런 것이었다. 아침에 커피 내리는 향을 맡으며 청소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커튼이 기분 좋게 들썩이는 것을 바라보며 예쁜 잔에 커피 한 잔 따라서 마신다. 커피 마시는 동안 여유롭게 하루를 계획하고,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는, 그런 반짝 반짝 빛나는 일상이었다. 물론 그런 것은 현실에는 없었다. 평생 한 번쯤 아침에 여유 있게 커피를 내렸을 지언정 그 날은 아마도 추워서 창문을 열어놓지 못했거나, 창을 열어 살랑거리는 바람이 들어올 정도의 기분 좋은 날씨 였다면 계절에 맞는 커튼을 준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상이 늘 호떡집 불난 듯이 투닥 거려도 늘 커피는 내 곁에 있었다. 이전처럼 자판기 커피를 자주 마시지 않게 되었고 에스프레소 머신이 만들어낸 '아메리카노'를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 변했다. 물론 핸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마시는 호사를 가끔씩  누리기도한다.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맛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커피 맛을 미세하게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래 마시니 커피는 다 좋았다. 가끔씩 인스턴트 믹스 커피가 그리울 때도 있을 만큼 정선이 빠진 싼 맛에도 정이 들었다. 굳이 하나 꼽으라면 '하와이언 코나' 커피를 좋아하지만 흔하지도 않고 너무 비싸기도 해서 어쩌다 기회 닿을 때 한 잔씩 마시는 것으로 만족한다. 


내가 꼭 한 가지 커피를 고집하던 때가 있었다. 2002년 LA에서 유학할 때였다. 워낙 커피 종류가 많은 그 곳에서 약간 향이 첨가된 커피를 마셔 보았는데 너무 좋았다. Buttertoffee 커피. Don Francisco 회사에서 만든 것이었는데 캔에 들은 커피를 사서 커피메이커에 내려서 마셨다.


 4년 내내 집에서는 주로 이 커피만 마셨는데, 서울에서는 찾기 어려운 향이었다. 유학 생활을 접고 서울에 돌아올 때 몇 캔 사와서 먹었고 2008년 우리 남편이 LA로 잠시 나가서 일을 하게 되자 다시 사서 나르며 이 커피를 마셨다. 2011년 돌아올 때 여러 캔을 사가지고 와서 냉동실에 두고 마셨다. 간혹 그 후로도 미국 갈 일이 있으면 몇 개씩 사다 날랐다. 이제 마지막 캔을 땄다. 




이제 이 것을 비우면 그냥 다른 커피 마셔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서운했다. 벌써 십 년도 넘었으니... 어느 덧 습관이 되었나 보다. 


이제 세월이 좋아졌다. 아마존닷컴에서 직구를 하면 된다. 오늘 벌써 아마존에 들어가서 카트에 넣어 두었다. 조만간 직구 해서 몇 통 냉동실에 넣어두면 된다.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고집하는 것은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다. 그런 것 같다. 커피 하나도 익숙한 것, 습관이 된 것을 벗어나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커피 정도이니 그냥 벗어나지 않고 습관에 따라도 어떠랴 싶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해 숨이 찰 것 같은 시대에, 그냥 변함없는 내 것 하나쯤.. 괜찮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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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마늘구이와 레몬소주

맛보기 2015.06.26 16:23

금요일이다. 주말을 맞는 기쁨이 가장 큰 순간이다. 퇴근무렵부터 '불금'을 외치는 SNS 친구들의 함성이 몰려온다. 나도 빠질 순 없다. 이번 주, 특히나 힘들고 고단했다. 그렇다고 맛집 검색해가며 다닐 기운도 없다. 좀 조용하게, 오붓하게, 그러나 '우아'함도 잃지 않으며 나만의 불금을 즐길 방법은 없을까? 


어떤 경우에도 불금엔 맛난 것을 먹는 게 최고다. 그렇다고 요리하느라 기운 빼는 건 노! 노! 


새우를 샀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장을 보면 가장 좋겠지만, 멀고 번거롭다면 그냥 마트에서 사도 된다. 흰다리새우, 그리 크지 않은 것 8~10마리만으로도 너끈히 피곤한 불금을 즐겁게 해줄 '새우마늘구이' 한 접시 만들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새우마늘구이 레시피


준비물 : 새우 (너무 크지 않은 것도 충분히 맛있다) 10마리, 통마늘 (요즘 마늘이 맛있다), 올리브유 조금, 모양내기 위한 파슬리 가루 조금 (없어도 아무 문제없다)


만드는 법

① 팬을 달군 후 올리브 오일을 적당히 두르고 통마늘을 넣어 볶는다. 

② 새우는 껍질을 벗겨 손질해둔다. 새우 머리를 좋아한다면 따로 떼어서 준비한다. 

③ 1번에서 통마늘이 적당히 노릇하게 익어갈 때 새우를 넣고 익을 때까지 함께 볶는다. 

④ 만약 새우 머리를 따로 준비한 경우 다른 팬에서 볶아서 3번에 마지막에 넣어 합친다.

⑤ 접시에 예쁘게 담고 파슬리를 뿌려 장식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위의 '만드는 법'대로 하면 이런 비주얼이 나온다. (파슬리 가루는 깜박 잊고 넣지 않았다)




불금에 긴장을 풀어줄 술 한 잔이 빠질 수 없지. 요즘 과즙 소주가 유행이라던데 달게 모양만 낸 그런 거 말고 레몬을 직접 썰어서 만든 레몬소즈를 곁들였다.




이제, 일주일을 정리하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할 때! 그래야 다음주에도 열심히 살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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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 아이스크림과 서비스 패키징

생각하기 2015.06.24 16:01

외근에서 돌아오는 길에 동료가 구슬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우리 둘째가 어렸을때 구슬 아이스크림을 워낙 좋아했던 지라 구슬 아이스크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예전엔 구슬 아이스크림은 마트나 백화점에서 직접 담아주는 식으로만 팔았다. 포장된 형태로 스푼까지 용기에 담아서 편의점 등에서 팔게 됐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제품을 만날 수 있게 된 셈이다.





입안에서 구르고 터지며 여러 맛을 내는 구슬 아이스크림이 '상품'이라면 그것을 대량 유통할 수 있도록 용기를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팔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은 '서비스'. 상품이 본질이라면 서비스는 본질을 싸고 있는 포장이다. 본질이 좋아야 잘 팔리는게 당연한 이치겠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포장이 중요해진 것도 사실이다.  


상품을 포장할 때 종종 기술을 활용하기도 한다. 포장을 넓은 의미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본다면 제품에 대해 알리고 SNS 채널을 통해 확산하는 것도 광범위하게는 여기에 속한다. 인터넷 시대이다 보니 상품에 대해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웹이라든지 앱이라든지 검색어라든지, 그 모든 것들도 기술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 요즘 O2O (Online to Offline)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넓게 보면 이것도 커뮤니케이션이고 포장이다.  O2O의 기본은 오프라인 활동에 앞서 미리 웹이나 앱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고, 예약하고, 결제하는 등 온라인 활동을 연결하는 것이다.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본질'을 좀 더 잘 알게하고 관심갖게 하고 소비하게 하는 '포장/커뮤니케이션'으로 온라인이 역할한다. 앞으로 더욱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역이다


어쩌다보니 나도 O2O에 한걸음을 디뎠다. 지난 4월 중순부터 시작한 '미친물고기' 서비스가 바로 그것. 개념은 이렇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질 좋은 회(상품)를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메뉴개발, SNS 채널을 통한 홍보, 주문/결제 기능 갖는 모바일 앱 개발 (서비스)등으로 고객 층을 대폭 늘린다는 것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수산물 도매시장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이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덕에 서울 시민들은 바다에서 먼 곳이면서도 싱싱한 생선회와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  1971년부터 현재 그 자리에 위치해있어 서울을 찾는 사람들에게 관광지 역할도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자주 찾아서 단골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맛있는 회를 고르는 것은 조금 불편한 일이다. 시장을 둘러보는 재미는 있겠지만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을 비집고 속이지 않고 싱싱한 회를 파는 곳을 골라내야 한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십년 넘은 단골이 있는 나는 가끔 친구들에게 단골집을 소개하곤 했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좋은 회를 파는 것에 익숙해있는 단골집 사장님은 조근 조근 설명을 바라는 친구에겐 무뚝뚝하게 비춰졌을 테고 단돈 천원이라도 깍아야 직성이 풀리는 친구들에게는 별로 잘해주는 것 없는 것으로 느껴졌을 것이었다


나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이용할 때 '품질 좋은 제철 생선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나의 십년 단골 사장님이 '품질좋은 생선회'라는 상품을 담당하고 여기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편리하게'라는 서비스를 덧붙여 많은 사람들이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을 때 단골집을 이용하도록 하고 싶었다.


'미친물고기' 를 아이디어에서 시작해서 서비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물론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지만 초입부터도 평평하진 않았단 뜻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재래시장의 본질을 아직도 간직한 곳이다. '디지털'의 영역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수산시장에서 일하는 판매상인들은 새벽 한 시부터 이어지는 경매에 참석해서 소비자들과 만날 상품을 준비하고 아침 먹고 서비스에 필요한 물품들을 정리하고 점심 먹고 잠시 3-4시까지 여유를 갖는다. 이 시간에 보통 쪽잠을 자기도 한다. 5시 정도 부터는 본격적으로 손님들이 많아지는 시간. 9시 정도까지 정신없이 지낸다. 정리하고 하루를 마치면 또 새벽 경매부터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별도로 메뉴를 정리하지도 않고 판매고를 엑셀로 정리하지도 않는다. 그나마 스마트폰이 디지털 기기의 핵심. 전화,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게 대부분이다


수산시장에서 판매하는 품목도 날 것 그대로의 생선, 혹은 해산물. 뭔가 규격화하고 매뉴얼화 하기가 어려운 품목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광어회 한마리'로 인식하지만 한마리라도 양도 다르고 맛도 다르고 당연히 가격도 다르다. 시세가 1Kg 기준으로 정해지지만 보통 사람들은 광어 한마리가 1kg인지 2Kg인지 알지 못한다. 광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저울에 재고 가격을 치러도 뼈와 내장을 발라낸 생선회는 얼마나 양이 나오는지 그것도 가늠하기 어렵다


미친물고기라는 서비스를 만들어 기존에 광어, 도미 등 '한마리' 당으로 주문하던 것을 모듬회 방식으로 판매를 하자니 A 메뉴에는 광어가 몇 그램 도미가 몇 그램 들어가는지 정해진 기준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 모듬회 한접시 얼마라는 정해진 '상품'으로 의미가 있고 그런 인식을 소비자에게 주는 것이 '서비스' 이니 말이다


시험삼아 몇 번을 주문해서 먹어 보았다. 솔직히 주문할 때마다 조금씩 양도 다르고 생선의 품질도 미세하게 차이가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수산시장의 판매상인들이 저울에 재서 판매하지 않는데다 생선이라는 것이 어느 날은 씨알이 굵어지기도 하고 작기도 하여 차이를 보였다


어렵사리 모듬메뉴를 구성하고 여러차례 테스트를 거쳐 '규격화' 해나가고 있다. 아직도 물론 갈 길은 멀다. 소비자들에게 더 편한 메뉴로 구성하고 쌈채소나 매운탕 양념도 곁들여 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포장' 요소가 너무나 많다


근사하게 포장되어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게 된 구슬 아이스크림처럼 노량진 수산시장의 맛난 생선회도 서비스 패키지를 좀 더 가다듬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구슬 아이스크림 알갱이 만큼이나 미친물고기 서비스로 가다듬어야 할 요소들이 많은 것 같아, 아이스크림이 결코 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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