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Begin Again)이 제시한 새로운 컨텐트 성공 공식

맛보기 2014.09.20 19:55

토요일 아침, '여의도 CGV  프리미엄관에서 영화보기'는 내가 주말을 보내는 가장 편안한 시간 중 하나다. 다리 쭈욱 뻗고 의자에 눕듯이 앉아서 빵 한조각과 커피 마시면서 큰 화면 영화보기라니... 자유롭고, 편안하고,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다. 




비긴 어게인 (2014)

Begin Again 
8.8
감독
존 카니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애덤 리바인, 헤일리 스타인펠드, 제임스 코덴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104 분 | 2014-08-13



이번 주말, 호사를 누리며 본 영화는 '비긴 어게인(Begin Again)'. 음악영화로 크게 인기를 끌었던 '원스'의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는 것 만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이 영화는 8월 13일에 개봉한 이후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관람객 수가 늘고 있다. 9월 19일 기준으로 2백만을 넘어섰다. 





영화는 잔잔하게 재밌다. 자신의 세계를 중시하며 음악활동을 하는 그레타와 화려한 스타 시스템안에서 만들어지고 기획되는 음악 세계를 경험하는 그의 남자친구 데이브. 그레타는 데이브가 대형 음반사와 계약을 하게 되자 그와 함께 뉴욕에 오지만 곧 스타가 된 남친은 변심을 하고 그녀를 떠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우연히 술집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고 그 곳에서 또 다른 절망적인 삶을 이어오고 있는 음반 제작자 댄을 만난다. 

댄과 함께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고, 작은 성공을 거두는 이야기다. 그리하여 그레타 자신을 포함해서 함께 한 모든 사람들이 삶을 '다시 시작 (Begin Again)'할 기회를 얻어 가는 과정이 감동을 준다. 거기에 노래까지 곁들여졌으니...  아는 사람 중에는 노래가 너무 좋아 영화를 세 번이나 봤다는 이가 있을 정도로, 잔잔하지만 힘있는 감동이 전해지는 영화다. 



일종의 직업병일까. 나는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제시하는 새로운 컨텐트 성공의 공식을 읽을 수 있었다. 


#01_ 서로 다른 컨텐트 방식의 통합 (Integration)


이제까지 음악은 레코딩을 통해 음반 형태로 구매해서 들었다. 물론 최근에는 인터넷 기반의 다운로드나 스트리밍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영화는 종합 예술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스토리 기반의 영상으로 소비했다. 그런데 갈수록 영상과 음악, 스토리가 통합되어서 소비되고 있는 추세다. 첫 부분에 데이브가 유명 음반사와 계약을 하게 된 것도 영화음악 작업을 통해서였다. 그레타가 음반을 만들어서 댄이 있었던 제작사와 미팅을 하는 자리에서 사울은 '영화 음악'에 넣을 수 있을 것같다며 음악의 성공을 얘기했다. 


물론 새로운 발견은 아니다. 이미 영화나 드라마 삽입곡이 대중과 만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으며 노래를 발표할 때도 뮤직 비디오 제작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별도의 작업이었던 녹음과정과 공연을 통합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였다. 처음에 사울이 데모 CD 제작비를 지원하지 못하겠다고 하자 댄은 뉴욕을 돌면서 길거리 공연하는 자리에서 녹음을 하자고 제안한다. 센트럴 파크 거리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빌딩 옥상에서, 지하철에서, 슬럼가에서, 뉴욕의 일상을  배경삼아 녹음을 했다. 



#02_ 소비자의 인게이지먼트 (Engagement)


녹음 현장과 공연을 합치다 보니 그 즉석에서 현장의 참여가 음악에 자연스레 녹아 들었다. 길거리에서 소음을 내던 아이들도 화음을 맡게 되고 지나가던 자전거 차임 벨소리도 배경음악이 됐다. 사실 밴드 구성원들도 전문 세션맨들이 아니었다. '비발디' 연습에 지친 첼로, 바이올린 연주자들, 발레 배우는 아이들 반주하던 지루한 일상을 깨고 나온 피아노, 어색한 아빠와의 화해의 한 걸음으로 기타를 들게 되는 딸까지, 소박한 보통 사람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시켰다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 아닐지. 이 영화를 보면서 참으로 '소셜스러운' 영화라고 생각했다. 



#03_ 컨텐트 산업의 동력은 기술 (Tech)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기술의 진보다. 녹음실이 아니어도 음반으로 만들 수 있는 정도의 가용한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녹음 녹화 기술이 너무나 발달되어 있어서 일반 사람들도 누구나 (누구나는 아니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영화를 만들고 노트북 만으로 라디오 방송을 할 수 있는 시장이 됐다. 


기술의 발전은 앞으로 훨씬 더 진보할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컨텐트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 그런 점에서 '기술'의 활용이 컨텐트 산업의 한 축을 맡게 될 것이라는 것은 전망이 아니라 현재의 서술이다.  



#04_ 기획력 vs. 진정성 (Sincerity) 


그래서 더더욱, 컨텐트에서는 진정성이 중요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 영화를 통해 얻은 내 나름대로의 결론이다. 음반산업이나 영화나 기획사들의 시스템, 거대자본과 함께 하는 제작 배급 체계가 산업을 움직여 왔다. 물론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런 흐름이 붕괴되지는 않을 것같다. 하지만, 기획력이 아니라 진정성이 컨텐트의 핵심이라는 건 다시 한번 곱씹어 보아야할 것같다. '기획'으로 만들어진 스타들이 단명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으니까. 중요한 것은 훌륭한 원석의 자질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기획'에 기대서 원석의 빛을 바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레타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신이 만든 노래 'Lost Stars'를 데이브에게 선물했다. 그 노래를 유명 음반사에서 제작한 앨범을 들으며 그레타는 너무 배경이 화려해져서 음악이 빛을 잃었다(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고 대략 이런 의미로)고 말한다. "이 노래는 목소리가 좀 더 강조돼야 하는 노래 아니었어?"라고 반문한다. 


너무 화려한 화장은 원래 얼굴이 가진 소박한 미소와 표정을 가리기 쉽다는 것 - 컨텐트의 힘은 진정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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